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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욕 먹고 저래도 욕 먹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여성인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초 쌍둥이 임신 소식을 알리자마자 여기저기서 욕을 좀 먹었습니다. 좋은 소식을 알리고도 욕을 먹은 이유는 단 하나. 올 12월 출산한 후 직장에서 보장받은 16주의 출산휴직을 다 쓰는 대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만 쉬고나서 곧바로 출근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죠.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메이어는 3년 전 아들을 출산할 때도 3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전력이 있습니다.

당장 숱한 언론과 여성단체 등 여러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최고위직 여성 CEO의 휴가 포기가 다른 여성들에게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이유였죠.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하고는 좀 착잡했습니다. 비판하는 측의 주장을 전혀 이해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아무리 남보다 앞서 나가는 여성이라도 그가 뒤따라오는 다른 모든 여성의 입장을 전부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명백히 잘못을 한 것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순전히 선택의 문제를 놓고 말입니다. 잘 나가는 고위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휴가 대신 업무를 하겠다는 그의 선택권을 빼앗을 권리가 그 누구에게 있을 수 있을까요.

메이어를 향한 과도한 비판은 어쩌면 그가 여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거꾸로 그가 보장받은 육아휴직을 다 쓰겠다고 했다면, 과연 여론이 그에게 호의적이었을까요. 아마 더 호된 질책을 받았을 겁니다. 야후는 올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어가 보장된 권리를 전부 다 찾아 쓰겠다고 나섰다면, "아무리 CEO라도 역시 여자는 직장생활의 책임감보다 가정을 더 중요시한다"는 비아냥이 당장 흘러나왔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아니, 그저 욕 먹는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라 어쩌면 그 자리를 내놓아야 했을 지도 모릅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우리보다 높은 미국에서조차 기업, 특히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서는 여성 고위직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으니까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출산한 여성에게 쏟아지는 비이성적인 비난은 메이어 같은 미국 최고 IT기업의 CEO만이 아니라 한국의 직장 여성도 얼마든지 맞닥뜨릴 수 있다고 봅니다.

출산을 한 엄마라고 누구나 장기 육아휴직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운 좋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고, 일 욕심이 커 출산 공백을 줄이고 싶다면 장기 육아휴직 대신 짧은 출산 휴가 후 조기 복귀를 얼마든지 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강압 아닌 강압적인 시선에 어쩔 수 없이 긴 육아휴직을 택하는 여성도 분명 있습니다. 마치 보장된 권리를 쓰지 않으면 다른 동료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 것 같은 죄의식을 강요하고, 그 결과 어쩔 수 없이 원치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직장여성이 처한 열악한 근무환경을 놓고 볼 때 권리를 보장해주는 좋은 직장 다니며 무슨 배부른 소리냐는 비판이 당장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비록 일부라 해도 주변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원치 않는 선택을 하는 건 문제 아닐까요.

여성 의사가 극히 드물던 시절 인턴·레지던트를 하는 여의사가 '함부로' 임신을 하는 건 금기사항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출산으로 공백이 생기면 동료가 고스란히 다 채워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임신한 후배 여의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낙태를 권하는 일까지 있었답니다.

물론 이런 말도 안되는 강압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겠지만, 무엇이 됐든 본인의 선택권을 '대의'란 명분으로 남이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하는 것 역시 사라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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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깡패' 정창욱, 그리고 MSG의 부활?

굳이 본방사수하지 않아도 다 본 느낌? 다음날 아침이면 전날 방영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얘기로 온라인 공간이 도배되죠. 그래서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보면 드라마 줄거리는 물론이요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잡담 내용까지 다 알게 됩니다. 제목만 봐도 시간낭비하는 느낌이 들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오랜만에 눈에 들어오는 연예 관련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17일 밤 방영한 JTBC의 오락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아래 사진)에서 정창욱 셰프가 하차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솔직히 그의 하차 소식보다 그가 피날레 요리를 MSG로 장식했다는 게 더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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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글루타민산나트륨). 네,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는커녕 동네 식당에서도 감히 떳떳하게 쓴다고 말 못하는 바로 그 화학조미료 말입니다. 그런데 '냉장고를 부탁해'의 쟁쟁한 셰프들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인정받아 '맛깡패'라는 별명을 얻은 정창욱 셰프가 온 국민이 지켜보는 TV 프로그램에서 바로 그 MSG를 '투척'한 겁니다. 그리고 MSG의 '효능'(?) 덕분인지 마지막 요리대결을 결국 승리로 이끌었다는군요.
물론 정창욱 셰프 이전에도 '백주부'란 별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외식 사업가 백종원이 조미료와 설탕을 듬뿍 넣는 간단 요리법으로 열렬한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백주부의 식당이 대부분 저렴한 값을 내세운 프랜차이즈이기에 그의 조미료 사용은 사실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정창욱 셰프의 MSG 요리에 눈길이 가더군요. 조금 비약하자면 MSG 복권(復權)의 신호탄 같은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MSG는 대상 창업주인 임대홍 명예회장이 1954년 일본에서 직접 제조법을 배워와 '미원'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처음 팔기 시작했죠. 지금까지도 브랜드가 곧 상품 이름으로 통용될 정도로 미원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60년대 신문 광고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MSG 안 쓰면 좋은 식당이라는 식의 이른바 '착한 식당' 열풍을 타고 한동안 MSG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60년대 신문 광고에 드러난 미원과 경쟁 브랜드 미풍의 위세는 당당하기만 합니다.
미원 광고 먼저 한번 볼까요. '식욕이 샘솟는' 정도는 뭐 그럴 법 합니다. 김장철에 맞춰 나온 '보다 맛있는 김장의 비결! 몇 수저의 미원으로 김치 맛이 알아보게 좋아집니다'에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런데 '머리가 좋아지는 미원으로 건강을 증진시킵시다'라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카피가 등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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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미풍. 미풍 역시 김장철엔 '주부의 자랑은 맛있는 김장솜씨 맛있는 김장은 100% 미각의 백설표 미풍'이라고 감칠맛을 더해주는 조미료의 특성을 부각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미풍 역시 맛 뿐만 아니라 다른 효능 자랑도 빠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뇌를 건강하게하며 특히 어린이의 지능을 향상시켜 줍니다'라는, 지금 보기엔 무지막지한 표현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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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MSG는 단지 속임수로 맛을 내는 불량 조미료가 아니라 가족의 영양까지 책임지는 '착한' 조미료였던 겁니다. '미원표 쥬-스'까지 나올 정도로 말입니다. '조미료는 단연 미원! 쥬-스도 단연 미원표!!'라고 말이죠.
심지어 당시 미풍의 한 광고에서는 지금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식당 한일관의 조리장과 워커힐의 조리과장, 미도파 백화점(현 롯데 영플라자 자리) 식품과장의 얼굴 사진까지 넣어 추천사를 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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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후의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입니다. 68년 미국의 중국계 요리사가 중국요리를 먹을 때 나타나는 두통과 얼굴 화끈거림 같은 증상에 중국요리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고 이름붙인 게 발단이 돼 MSG는 모두의 공적이 됐죠. 그가 이 증상의 원인으로 MSG를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 식품의약국(FDA)는 80년에 MSG가 유해하지 않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뒤늦게 93년에 이르러서야 MSG 유해 논란이 본격적으로 빚어집니다. 럭키(현 LG생활건강)가 MSG 대신 핵산을 넣어 만든 조미료 '맛그린'을 출시하면서 MSG가 없다는 걸 강조한 도발적인 광고를 하면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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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는 2010년에 와서야 식약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이 안전하다고 발표하며 유해하다는 오명을 벗어버립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공식적으로만 그렇습니다.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는 MSG 사용을 꺼리니까요.
화학조미료를 권유하자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다만 누구나 선택해 쓸 수 있는 걸 식품회사의 과도한 공포 마케팅 때문에 아예 쓰지 못하게 되거나, 혹은 죄의식을 느끼며 쓰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싼값에 감칠맛을 낼 것이냐, 아니면 좀더 돈 들여 고급 식재료를 쓸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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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니 코미디영화 같았던 65년 한국은행 강도사건

 한낮에 벌어진 대담한 은행 강도사건, 다들 아실 겁니다. 지난 20일 오토바이 헬멧을 쓴 건장한 남성이 서울 잠원동 새마을금고에 들어가 50대 남성 고객을 인질로 삼고 은행직원을 위협해 2400여 만원의 현금을 배낭에 챙긴 후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죠. (아래는 범인을 담은 CCTV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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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건 대낮에 총(가스총으로 추정)을 든 은행강도라니. 뭔가 할리우드 영화 속 한 장면 같지 않은가요. 하지만 이미 40년 전인 1965년 이보다 훨씬 더 영화같은 총 든 은행강도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바로 '광주 한은지점 갱 사건'으로 알려진 5인조 은행강도 사건입니다.

당시 석간신문이던 1965년 12월 30일자 중앙일보 사회면엔 '대담한 새벽의 범행'이라는 시커먼 제목과 '최대 규모 광주 한은 지점 갱'이라는 부제가 붙은 기사 하나가 등장합니다. 그날 새벽 한국은행 광주지점(아래 사진)을 턴 '갱단'에 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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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쓴 3명의 '갱단'은 담을 넘어 한은 광주지점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를 수위가 발견하죠. 기사에 따르면, 수위 정씨가 "왜 담을 뛰어넘어오느냐"고 갱들을 나무라자 갱들은 둔기로 정씨를 때려 실신시킨 다음 숙직하던 한은 직원 3명을 칼로 위협해 6600여 만원(현재 가치 60억원 상당)의 원화와 외화를 챙겨 달아났다고 합니다. 수위와 직원 4명을 모두 금고 안에 가둔 채로 말이죠. 오전 7시쯤 출근한 숙직실 '식모'가 텅빈 숙직실을 이상하게 여겨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가 금고 안에 갇힌 직원을 발견,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대담한 은행강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범행 현장 주변은 눈이 내린 상태였는데 누군가 발자국을 없애려 이 눈을 다 쓸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다이너마이트 도화선이 발견되기도 하죠. 대체 누가 겁없이 이런 사건을 벌였을까요. 강도들이 북한 사투리를 썼다는데, 혹시 간첩의 소행? 그렇다면 사건이 영원히 미궁에 빠지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34시간만에 5인조 갱단을 일망타진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사건을 해결했을까요. 답부터 밝히자면, 범인이 바로 경찰 코 앞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니 주범은 당시 한은 청소부였던 심모씨, 그리고 공범 4명은 그의 매부 허모씨 등 일가친척들이었습니다.

경찰은 철야를 하며 한은 직원들의 알리바이를 일일이 추궁했는데 유독 심씨 행적이 수상했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간첩 소행 같다"거나 "법인이 해안 쪽으로 도망갔을 것"이라고 딴전을 피웠기 때문이죠. 해안봉쇄령을 내리면서도 심씨를 의심하던 중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옵니다. 강도사건이 벌어진 30일 오전 5시쯤 사건현장 인근 대인동 유달여관 골목에서 4명의 남자가 리어카에 뭘 잔뜩 싣고 가는 걸 봤다는 목격자가 나온 겁니다. 이곳은 심씨의 공범 조씨 집이 있는 곳이었죠.
 
여기서 뭔가 이상한 게 있지 않나요. 네, 소위 '갱단'이 은행강도를 해서 탈취한 현금 6600여 만원을 오토바이나 트럭이 아니라 '리어카'에 싣고 날랐습니다.

비록 지점이라고는 하나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이렇게 쉽게 털린 것도, 그렇게 턴 현금을 강도들이 낑낑 대며 리어카로 옮긴 것도, 지금 돌이켜보면 뭔가 어설픈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웃기기만 합니다. 하지만 당시 범인들은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완전범죄를 꿈 꾸며 간첩 소행으로 몰기 위해 일부러 다이너마이트 도화선을 현장에 떨어뜨리고 북한 사투리 훈련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본격적인 범행에 앞서 7차례나 한은 담을 넘으며 사전 답사를 하기도 했다죠.

66년 1월 4일 범인의 현장검증에는 희대의 '갱' 얼굴을 보려고 광주시민 수백명이 몰려들었습니다. 당시 언론은 주범 심씨 등을 '갱'이라고 불렀지만 그는 그저 폐병 걸린 34살의 가난한 청소부였습니다. 한달에 1만원의 박봉으로는 자신의 치료비는커녕 7식구 생활비 마련도 어려웠던 차에 유혹에 넘어간 거죠.
그렇다면 2015년 은행을 턴 이 강도는 어떤 사람일까요. 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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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따위는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아마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이 글은 중앙일보 종이 신문이 아니라 디지털판에만 서비스하는 칼럼이니까요. 매일 아침 집에서, 혹은 일터에서 중앙일보 종이신문까지 돈 주고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독자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오직 온라인을 통해서만 중앙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의 콘텐트를 무료로 접하는 사용자일 수도 있겠네요. "대체 신문 따위는 왜 돈 주고 보는 거야, 스마트폰만 켜도 내가 알아야 할 모든 뉴스가 죄다 공짜
로 쏟아지는데"라면서 말이죠. 아니, 오히려 평소 즐겨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떠들썩한 이슈조차 제때 따라가지 못하는 신(新)문 아닌 구(舊)문의 시대착오적인 종이신문을 안쓰러워 하는 입장일 수도 있겠네요. 기꺼이 돈 주고 사보기는커녕 말이죠.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을 바꿔놓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조간 신문 하나 정도는 읽어야 점심 식사 때 사람들과 대화가 통하고, TV 저녁 뉴스를 봐야 그날 하루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 같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그저 SNS(주로 페이스북)를 통해 '우연히' 마주치는 뉴스로 만족하는 세상이 됐으니까요. 신문을 펼치고 TV를 켜서 뉴스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딴짓 하다 어찌어찌 눈에 들어온 뉴스를 가볍게 소비할 뿐입니다. 그러니 기자가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처럼 기자가 그저 쓰기만 하면 독자가 무조건 읽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건 이젠 어림도 없는 얘기가 됐죠.
지난 6월 1~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 67회 세계신문회의(World Newspaper Congress)와 제22회 세계 편집인 포럼(World Editors Forum)에서의 화두도 디지털 미디어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신문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의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행사 첫날 연단에 등장한 마티 바론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장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뉴스를 디지털, 특히 모바일을 통해 접하는데 많은 언론사의 매출은 여전히 인쇄매체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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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대로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위 사진)가 2013년 8월 WP를 인수했죠. 이후 WP는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뉴스팀을 7개 신설하는 등 새롭고 다양한 실험을 했고, 그 결과 온라인 독자 수는 65%, 방문자수는 100%이상 늘었습니다.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은 이 수치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숱한 언론매체를 고민에 빠뜨린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국내의 모 포털 창업주가 자신의 트위터에 신문산업 전반을 조롱하듯 '할아버지도 안보는 종이신문. - 미국 이야기죠.
한국은 설마'라며 미국의 세대별 뉴스 소비 현황을 보여주는 그래픽(아래) 하나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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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래픽은 젊을수록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에서,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TV에서 주로 뉴스를 얻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특히 종이매체는 세대 불문 뉴스의 소스(공급원)로 턱없이 적은 비중만 차지할 뿐이고요. 이번 행사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뉴스 소비 패턴이 전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다양한 통계자료가 제시됐죠.
이같은 수치가 보여주는 것처럼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 즉 대략 19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후반에 태어난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행사하는 미디어업계에서의 영향력은 이미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이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주도하기 때문이지요. WP만 해도 트래픽의 절반이 바로 이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나올 정도니까요.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 미국 언론연구소(API) 국장은 “미국 성인의 30%가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보는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무려 61%가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스마트폰 이용자의 80%가 깨어있는 동안엔 15분마다 휴대폰을 체크"(래리 킬만 세계신문협회 사무총장)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니까요. 한 모바일 조사업체(InMobi)는 전반적으로 하루 97분을 휴대폰에 쓰는 동안 인쇄매체에는 33분을 소비할 뿐이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문제는 이들이 뭔가에 지속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데 인색한 세대라는 겁니다. 대신 뭐든 나눠쓰려는 경향이 강하죠. 미디어 콘텐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지금 신문업계는 신문은 죽어라고 안 보고, 오직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이 까다로운 세대를 상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소위 세계 선진언론이라고 손꼽히는 언론매체들조차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아직 정답을 찾아내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세계신문회의에서 유수의 언론인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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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혁신보고서'(위 사진)로 전세계 미디어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슐츠버그 회장은 “독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향해야 한다”며 지난해 혁신보고서 발간 이후 달라진 NYT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NYT에는 더이상 종이신문 1면 기사를 결정하는 편집회의는 없다며 "오직 디지털 독자를 위한 스토리(기사)를 선택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바론 WP 국장 역시 "우리 관심사는 독자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라며 "독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포맷에 맞는 콘텐트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죠. 바로 이런 관점에서 로버트 피카드 옥스포드대 로이터연구소 디렉터는 "언론사들이 밀레니얼을 고용하고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젊은 세대는 아예 신문을 외면한다는데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이렇게 한번 얘기해보죠. 당신이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마주친 뉴스, 혹은 트위터 검색창에서 일부러 찾아본 뉴스, 이게 결국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최근 VOX 같은 모바일 매체가 만들어내는 콘텐트가 점점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뉴스는 전통적인 언론매체의 기자들이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그게 다만 과거와 달리 종이매체만이 아니라 모바일 같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될 뿐이죠.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의 후안 세뇰 파트너가 총회 마지막 날 했던 말로 이 글을 맺고 싶습니다.
"A Story is a story no matter the platform. "
무슨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든 결국 관건은 독자를 잡아끄는 좋은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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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성격이 당신의 월급을 좌우한다

'아메리카 넥스트 톱 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이라는 미국의 유명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모델 지망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차세대 톱모델로 선발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케이블 방송에서 포맷을 그대로 들여와 '도전 수퍼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방영한 데다, 지난해 오리지널 '아메리카 넥스트 톱 모델' 시즌 21의 몇몇 에피소드를 한국에서 촬영하면서 패션에 큰 관심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꽤 알려졌죠.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건 본인 이름을 딴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흑인 수퍼 모델 타이라 뱅크스입니다. 단순히 사회만 보는 게 아니라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사진작가 등과 함께 매주 참가자들을 심사해 한명씩 떨어뜨립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모델 경험을 담아 모든 참가자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데요. 이때 뱅크스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성격(personality)'입니다. 패션모델에 적합한, 그야말로 완벽한 신체조건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얼굴을 갖고 있는 참가자일지라도 성격 문제로 따끔한 지적을 받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처음엔 그걸 보면서 실력만 있으면 그만이지 왜 그리 성격 타령이 심한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 회 한 회 보면 볼수록 개개인의 성격이 미션의 결과물, 즉 사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패션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알 수 있더군요. 그저 심심풀이 오락으로 보다가, 나중엔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성격이 성과(performance)까지 좌우하는 게 어디 모델의 세계 뿐이겠습니까. 협업을 하는 모든 사회생활에선 실력만이 아니라 성격이 그만큼 중요하겠지요. 단, 어떤 분야에 어떤 시기에, 과연 어떤 성격이 더 좋은 것인가는 제각각 다르겠지만요.
이런 문제의식을 평소 갖고 있어서인지, 지난달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 사이트에 올라온 한 연구 보고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목은 How your personality relates to your productivity and salary. 한국어로 풀어보자면 '성격과 생산성·월급과의 관계', 정도가 되겠죠.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성격이 생산성은 물론 월급까지 좌우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업무에서의 생산성이나 연봉 등은 학력이나 숙련도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 사이의 정설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자 아나 누에보 치케로는 교육 수준과 경험, 성별, 심지어 지능지수(IQ)까지 똑같은데도 상당한 월급 차이를 나타내는 수많은 사례를 지적하며, 이를 결국 성격 차이로 설명합니다.
솔직히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람의 생산성이 더 높다거나, 상냥한(agreeable) 사람이 월급을 더 적게 받는다(※생산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연봉협상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게 주요 이유랍니다. 원하는 결과를 제대로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죠.)는 등의 주요 내용보다는 말미의 남녀 차이를 설명한 부분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똑같이 외향적인데도 생산성 면에서 남녀의 결과가 전혀 달랐습니다. 외향적인 여성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반면 남자는 거꾸로였습니다. 외향적인 남자의 생산성이 더 높았던 겁니다. 이를 누에보 치케로는 외향성이 남녀에게 전혀 다른 맥락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합니다. 예컨대 외향적인 남자는 대체로 보다 야심있고 의욕적인 반면 외향적인 여자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경향을 띤다는 거죠.
이 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지만 여자의 경우 사교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뭐든 '좋은 게 좋은 것'으로만 만족하면 제대로 된 성과를 올리기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 아닐까요. 너무 뻔한 얘기지만 함께 어울려 놀기 좋은 성격과 성과물을 내야 하는 직장동료로 좋은 성격은 분명 다른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과연 좋은 성격이란 무엇일까요. 아니, 좋은 성격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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