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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공짜보다 급한 일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에 따라 서울시가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한 15일 아침.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던 남편은 다른 날과 똑같이 차를 갖고 나갔다. 주변에 물어 보니 다들 마찬가지였다. 출근 시간이 워낙 이르거나 버스 정거장까지 많이 걸어야 하는 등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에 단순히 지하철·버스가 공짜라는 이유만으로 승용차를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행 전날 서울시가 휴대전화 알림 문자까지 보내며 대중교통 이용을 촉구했지만 실제로 이날 지하철 이용객은 당초 서울시의 기대치 20%에 크게 못 미치는 2.1% 증가에 그쳤다.
 
결국 나처럼 미세먼지와 무관하게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만 하루 동안 공짜 혜택을 누린 셈이다. 이날 하루 여기에 들어간 돈은 60억원. 이 돈도 적지 않은데 예년의 미세먼지 수준과 서울시의 비상 저감조치 기준을 적용하면 올 한 해 대략 7일 정도는 대중교통 무료 운행일이 된다. 420억원가량이 든다는 얘기다.
 
“실질적 효과도 없이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장기적으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자들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이런 ‘쇼’라도 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두둔한다.
 
누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나. 다만 돈을 제대로 쓰라는 주문은 필요하다.
 
중국 등 외부 요인을 제외하고 국내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휘발유로 굴러가는 승용차가 아니라 경유 차량, 특히 노후한 버스나 트럭에서 나온다는 게 상식이다. 설령 승용차 2부제에 동참하는 시민이 앞으로 크게 는다고 해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반면 ‘쇼’하는 데 들어가는 420억원을 다른 데 쓰면 미세먼지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노후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DPF)를 설치하거나 조기 폐차시키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올해 대당 100만~1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DPF 설치를 위한 보조금 등에 예산 450억원을 책정했다. 당초 2019년까지 필요한 차량에 설치를 마친다는 방침이었으나 예산 부족 탓에 완료 시기가 2022년으로 늦춰졌다. 돈이 없어 서울시민이 3년 더 매연을 내뿜는 노후 경유차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공짜 지하철이라니.
 
올해 일곱 번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대신 경유차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을 맡지 않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걸 택하지 않을까. 대체 60억원은 무엇을 위해 쓰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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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17 01:4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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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지하철 공짜가 급한 게 아닌데

    미세먼저 비상 저감조치에 따라 서울시가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한 15일 아침.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던 남편은 다른 날과 똑같이 차를 갖고 나갔다.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마찬가지였다. 출근 시간이 워낙 이르거나 버스 정거장까지 많이 걸어야 하는 등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에 단순히 지하철·버스가 공짜라는 이유만으로 승용차를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행 전날 서울시가 휴대폰 알림 문자까지 보내며 대중교통 이용을 촉구했지만 실제로 이날 지하철 이용객은 당초 서울시 기대치 20%에 크게 못미치는 2.1% 증가에 그쳤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6일 서울타워 전망대. 서울 시내가 온통 먼지로 뒤덥혀 있다. 김상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6일 서울타워 전망대. 서울 시내가 온통 먼지로 뒤덥혀 있다. 김상선

    결국 나처럼 미세먼지와 무관하게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만 하룻동안 공짜 혜택을 누린 셈이다. 이날 하루 여기에 들어간 돈은 60억원. 이 돈도 적지 않은데 예년의 미세먼지 수준과 서울시의 비상 저감조치 기준을 적용하면 올 한해 대략 7일 정도는 대중교통 무료 운행일이 된다. 420억원 가량이 든다는 얘기다. 첫 시행 후 이틀만인 17일 벌써 두 번째로 비상 저감조치가 발령된 걸 감안하면 이보다 더 큰 돈이 들어가지 말란 법도 없다. 

     
    "실질적 효과도 없이 혈세를 낭비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장기적으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계속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자들도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다"거나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이런 '쇼'라도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두둔한다. 
     
    누가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했나. 다만 돈을 제대로 쓰라는 주문은 필요하지 않을까. 현실을 한번 따져보자. 2017년 가장 대기가 나빴을 때 외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의 오염 기여율이 76.3%까지 치솟았다. 평균적으로도 60~70%에 달한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이다. 근본적인 원인인 중국 등 외부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국내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휘발유로 굴러가는 승용차가 아니라 경유 차량, 특히 노후한 버스나 트럭에서 나온다는 게 상식이다. 설령 승용차 2부제에 동참하는 시민이 앞으로 크게 는다고 해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반면 '쇼' 하는 데 들어가는 420억원을 다른 데 쓰면 당장 미세먼지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노후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DPF)를 설치하거나 조기 폐차 시키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올해 대당 100만~1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DPF 설치를 위한 보조금(90%, 자기부담 10%) 등에 예산 450억원을 책정했다. 당초 2019년까지 필요한 차량에 설치를 마친다는 방침이었으나 예산 부족 탓에 완료시기가 2022년으로 늦춰졌다. 돈이 없어 서울시민이 3년 더 매연을 내뿜는 노후 경유차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와중에 공짜 대중교통에 이렇게 큰 돈을 쏟아붓다니. 
    국내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주범은 매연을 내뿜는 오래된 경유차다. [중앙포토]

    국내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주범은 매연을 내뿜는 오래된 경유차다. [중앙포토]

    올해 일곱 번 지하철이나 버스를 공짜로 타는 대신 경유차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을 맡지 않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걸 택하지 않을까. 대체 60억원은 무엇을 위해 쓰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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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16 18: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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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빨라 좋겠다고? 좋은 시절 다 갔다

    논설위원이 간다 - 안혜리의 뉴스의 이면 
    오후 5시가 되자 일제히 퇴근하는 이마트 본사 직원들. 오른쪽에 '정시퇴근을 위한 몰입도와 생산성 강화'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가 보인다. 장진영 기자

    오후 5시가 되자 일제히 퇴근하는 이마트 본사 직원들. 오른쪽에 '정시퇴근을 위한 몰입도와 생산성 강화'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가 보인다. 장진영 기자

    지난 2017년 12월 8일. 신세계가 새해부터 대기업으론 처음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전격적이었다. 바로 전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을 찾아 속도 조절을 요청하는 등 재계에선 난색을 보여왔던 터라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life balance)'을 내세운 신세계의 갑작스런 근로시간 단축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신세계가 이번에도 앞장서서 정부 정책 보조 맞추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당장 터져나왔다. 여야 합의대로 현행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은 마당에 신세계의 적극적인 정부 정책 발 맞추기 행보로 다른 기업만 곤란하게 됐다는 불만이다. 신세계의 이번 결정은 워라밸을 실현하는 기업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직접 현장에 가봤다.  

    신세계가 주35시간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매일 오후 5시30분 PC 강제 셧다운을 실시하고 있다. 오후 5시가 되면 퇴근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이마트 본사 직원 컴퓨터에 정시퇴근 메세지가 떠있다. 장진영 기자

    신세계가 주35시간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매일 오후 5시30분 PC 강제 셧다운을 실시하고 있다. 오후 5시가 되면 퇴근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이마트 본사 직원 컴퓨터에 정시퇴근 메세지가 떠있다. 장진영 기자

    사원 여러분, 퇴근하십시오. "
    지난 1월 4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오후 5시가 되자 퇴근을 독려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사무실의 개인 PC 모니터 한쪽에 '30분 이후 꺼집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오전 9시 시작한 이날 근무시간의 끝을 알리는 신호다. 직원들은 하나둘씩 컴퓨터를 끄고 짐을 챙겨 퇴근에 나섰다. 사무실에 남아봐야 PC가 오후 5시30분이면 강제로 꺼져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다시 켜지지 않아 어차피 업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무실 뿐만이 아니다. 출장으로 한국을 비우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성수동 이마트 본사로 출근하는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해 이마트의 사무직 2000여 명의 컴퓨터가 예외없이 일제히 셧다운된다. 부서장의 사전 승인 없이는 심지어 해외 출장자가 들고나간 노트북까지 한국 근무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꺼질 정도다.  

     
    신세계, PC강제 셧다운으로 퇴근 독촉
    야근 못하니 업무 효율성 높일 수밖에
    신세계가 2018년부터 대기업으론 처음으로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1월 4일 오후5시 무렵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신세계가 2018년부터 대기업으론 처음으로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1월 4일 오후5시 무렵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렇다보니 오후 5시 무렵 이마트 본사 로비의 출입구 센싱 기계 앞엔 동시에 사람이 몰리면서 꽤 긴 줄이 만들어진다. 성수동 뿐 아니라 명동과 반포 등 신세계 다른 사무실도 같은 시간 모두 비슷한 풍경이다. 2018년 들어서면서 그룹 직원 5만 8000명 중 생산직을 제외한 5만 명(이중 이마트은 직원 3만명으로, 90%는 매장 직원 나머지 10%가 사무직)이 주 35시간 근무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부서별 업무별로 재량껏 따라도 그만 안따라도 그만인 선택사항이 아니다. 부서원의 칼퇴근은 올 들어 바뀐 부서장 평가항목 중 하나. 부원이 특별한 사유없이 야근을 자주 하면 부서장에게 일단 경고장부터 보낸다. 경고를 받거나 나쁜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임원과 부서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퇴근을 독려할 수밖에 없다.  

     
    눈치보지 않고 퇴근하니 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됐다. 당장 "가족과의 저녁식사 횟수가 늘었다"거나 "학원 수강신청을 했다""운동을 시작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근무시간 단축이 퇴근 후 삶의 모습을 바꿔놓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장 내 업무방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가령 구내식당은 새해 들어 전에 볼 수 없던 긴 줄이 연일 생긴다. 주35시간 시행 전과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은 지금도 1시간이 보장돼 있지만 자발적으로 식사 시간을 줄여 서둘러 근무에 복귀하는 사람이 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남곤 신세계 그룹홍보팀 치프파트너(부장)는 "시행한지 얼마 안돼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가보면 줄이 엄청 길어 이용자가 늘어난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입사 7년차인 장정우 가공식품 바이어(대리)는 "시행 전에는 업무량이 같은데 과연 칼퇴근이 가능할까 우려했다"며 "오후 5시에 퇴근하려면 무조건 시간 안에 일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일체 딴짓 안하고 업무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또 "개인 업무 뿐 아니라 회의도 체감할만큼 타이트해졌다"고 덧붙였다. 쓸데없는 취합 보고서가 없어진 건 물론이요, 보고서로 대체할 수 있는 미팅은 아예 잡지 않을 뿐 아니라 느긋한 분위기에서 "할 말 있으면 한마디씩 해보라"던 과거의 느슨한 회의도 사라졌다고 한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이수철 이마트 성수점 캐셔파트장도 "매장 영업시간이 1시간 줄어들면서 오히려 일의 집중도가 확 올라갔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한 임원 역시 "미팅 뿐 아니라 모든 일정이 어찌나 촘촘한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월요일 출근 후 첫 회의는 으례 '주말에 뭐 했는지' 묻는 걸로 시작해 정작 심도있는 결론은 못내린채 회의용 보고서 뒤적이다 끝나기 일쑤였다"며 "어떤 날은 어영부영 점심시간이 되면 느긋하게 커피까지 한 잔 하고 들어와 몇 시간 일하고, 또 그러다보면 어차피 일찍 퇴근 못하니 저녁이나 먹고 들어와 야근이나 하자라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솔직히 있었는데 이젠 아무도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없다"고 말했다.  
     
    가족과의 시간 늘어 좋지만
    업무량 같아 구내식당 가고 담배도 줄여

    정말 칼퇴근을 한다. 1월 4일 오후 5시 23분. 이마트 본사 사무실이 텅 비어있다. 장진영 기자

    정말 칼퇴근을 한다. 1월 4일 오후 5시 23분. 이마트 본사 사무실이 텅 비어있다. 장진영 기자

    회사측은 근로시간 감축과 동시에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2시간씩 '집중근무시간'을 만들었다. 전엔 필요에 따라 근무 중 아무 때나 삼삼오오 커피 마시거나 담배를 필 수 있었지만 이 시간엔 아예 흡연실 문까지 잠그고 고강도 업무를 하도록 한다. 당초 근무시간 감소로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막상 퇴근시간을 1시간 당겨보니 따로 집중근무시간을 둘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사무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효율은 높아졌지만 과거에 당연하게 누리던 근무 중 '적당한' 여유나 사적 친목도모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 한마디로 편하게 일하던 좋은 시절은 다 간 셈이다.  

     
    한국 근무시간 길지만
    생산성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

     
    신세계가 주35시간 근무시간을 들고 나온 표면적 이유는 장기근무가 만연한 근로환경을 혁신해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무 효율성 제고라는 목적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실 한국 직장인의 근로시간은 길기로 악명높다.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2016년 기준)은 2069시간으로,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더 많이 일하는 나라는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생산성이다. 이렇게 오래 일하는데 정작 한국 근로자가 시간당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33.1달러로, OECD 평균(47.1달러)에도 한참 못미치는 거의 꼴찌 수준이다. 생산성이 가장 높은 아일랜드(83.2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맥킨지와 함께 2016년 100개 기업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단했을 당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도 야근이었다. 응답자 43%가 주 3일 이상 야근을 하는 등 평균 2.3일 야근을 하며 하루 평균 11시간이나 회사에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시간은 5시간 32분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건 야근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생산적 업무 시간이 줄어드는 '야근의 역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강혜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조직문화 담당)는 "젊은 세대의 삶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같은 야근 문화를 그대로 두면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구할 수 없다"며 "더이상 야근을 강요할 수 없는 만큼 효율을 높여 근무시간 감축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업무방식이 변하지 않은채 야근하지 말고 일찍 퇴근하라는 말만 해서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공의 관건은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것이냐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과거 여러 기업이 퇴근을 독려하며 야근 줄이기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룹 본사와 주요 계열사 인사팀이 주축이 돼 지난 2년 동안 가동해온 '근로시간 단축 TF'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업무의 중요도와 빈도를 리스트업해 하위에 있는 건 자동화하고 구조적 문제는 바꾸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할 방침이다. 그중 하나가 임원 일정을 인트라넷에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고에 낭비하는 시간을 없애는 것이다. 이외에 매장에선 물류 시스템 개선으로 효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배광수 이마트 인재개발팀장(부장)은 "업무 효율화와 생산성 높이기가 이번 근무시간 단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재곤 홍보담당 상무도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압축적으로 일하라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갈 게 분명하다면 빨리 가는 게 옳다는 판단에 근로시간을 줄였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워라밸 실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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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11 00:0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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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압구정 현대의 진실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집에 안 계세요? 경비실이 택배를 안 받는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지난해 11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이런 택배기사의 전화를 받았다. 경비원 노조가 택배 보관과 주차관리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조가 갑작스레 업무 중단을 통보한 배경엔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이 있다. 지난해 9월 법 시행으로 경비원 본연의 업무를 넘어선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게 되면서 그동안 경비원에게 맡기던 택배 보관과 분리수거 등이 사례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불법이 돼버렸다. 현대아파트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공동주택이 다 해당한다. 법을 지키자면 경비원 외에 이런 업무를 도맡아 할 관리원을 별도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급격한 관리비 인상 등 현실적 요인으로 추가 고용이 쉽지 않은 만큼 많은 아파트가 경비원을 용역으로 전환해 경비인력은 줄이고 관리원을 쓰는 선택을 한다.
     
    새해 들어 경비원 해고 소식이 잇따르는 이유다. “한 달에 몇천원 더 내기 싫어서 경비원을 잘랐다”며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용역전환의 직접적 요인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바로 이 공동주택관리법에 있는 셈이다.
     
    특히 주차난이 심각한 현대아파트는 경비원이 차량 키를 맡아 관리하면서 주민이 차를 뺄 때마다 이중 주차된 차를 빼주는 역할을 해왔다. 꼭 필요한 일이라 지금까지는 주민들이 반상회비를 모아 매달 정기적으로 주거나 세대별로도 따로 사례하는 식의 암묵적 합의로 주민과 경비원이 큰 문제 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정부가 느닷없이 경비원 인권 보호를 내세워 법을 들이대면서 상황이 꼬여버렸다.
     
    정부의 규제 방침이 알려지자 지난해 4월 경비원 노조는 그동안 주차 업무로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수억원에 달하는 수당을 달라는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입주자대표회의의 용역전환 결정이 나오자 주차 관리와 택배 보관 업무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월부터 용역전환 후 일부 경비원을 관리원으로 돌려 기존 업무를 계속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경비원은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신분만 불안정해질 공산이 커졌다.
     
    “법 취지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인데 경비원들이 얻는 실익은 없다”는 현대아파트의 한 동대표 말이 귓가에 맴돈다. 정부가 섣불리 나섰다가 거꾸로 고용 불안으로 내몬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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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10 01:3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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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경비실에 택배 맡기면 불법이라고요?

    "집에 안계세요? 경비실이 택배를 안받는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지난해 11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이런 택배기사의 전화를 받았다. 경비원 노조가 준법투쟁을 내세워 택배보관과 주차관리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사무소는 임시방편으로 용역을 투입해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노조가 갑작스레 업무중단을 통보한 배경엔 공동주택관리법이 있다. 정부는 경비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2017년 9월 경비원 본연의 업무를 넘어선 부당한 지시를 금지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원래 경비업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보다 적극적인 규제에 나선 것이다. 법 시행으로 경비원 본연의 업무를 넘어선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게 되면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경비원에게 맡기던 택배보관과 분리수거 업무가 모두 불법이 돼버렸다. 쉽게 말해 사례를 별도로 하더라도 집을 비웠을 때 경비원에게 택배를 맡아달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현대아파트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공동주택이 다 해당한다. 법을 지키자면 경비원 외에 이런 업무를 도맡아 할 관리원을 별도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급격한 관리비 인상 등 현실적 요인으로 추가 고용이 쉽지 않은만큼 많은 아파트가 기존 경비원을 용역으로 전환해 경비인력은 줄이고 관리원을 쓰는 선택을 한다. 
    새해 들어 경비원 해고 소식이 잇따르는 이유다. "돈 있는 사람들이 한달에 몇천 원 더 내기 싫어서 경비원을 잘랐다"며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용역전환의 직접적 요인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바로 이 공동주택관리법에 있는 셈이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주차난이 심해 이중주차를 하면서 경비실에 차량 키를 맡겨왔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으로 경비원이 차를 빼주는 게 불법이 됐다. [중앙포토]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주차난이 심해 이중주차를 하면서 경비실에 차량 키를 맡겨왔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으로 경비원이 차를 빼주는 게 불법이 됐다. [중앙포토]

    특히 현대아파트는 주차난이 심각해 평소 경비원이 차량 키를 맡아왔다. 이중주차를 할 수밖에 없어 주민이 차를 뺄 때마다 경비원이 이중주차된 차를 빼주는 역할을 해왔다. 꼭 필요한 일이라 지금까지는 주민들이 반상회비를 모아 매달 정기적으로 주거나 세대별로도 따로 사례하는 식의 암묵적 합의로 주민과 경비원이 큰 문제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정부가 느닷없이 경비원 인권보호를 내세워 법을 들이대면서 상황이 꼬여버렸다.  

    정부의 규제 방침이 알려지자 지난해 4월 경비원 노조는 그동안 주차업무로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수억 원에 달하는 수당을 달라는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입주자대표회의의 용역전환 결정이 나오자 주차관리와 택배보관 업무 중단이라는 강수를 둬 주민과의 갈등을 키웠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월부터 용역전환 후 일부 경비원을 관리원으로 돌려 기존 업무를 계속 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경비원들은 하던 일은 계속 하면서 신분은 더 불안정하게 바뀌고 주민들에게 받던 사례만 못받게 될 공산이 커졌다.  

    "법 취지는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것인데 경비원들이 얻는 실익은 없다"는 현대아파트의 한 동대표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정부가 경비원 인권 챙겨주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 거꾸로 고용불안에 내몬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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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09 18: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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