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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에어컨 죄의식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온 국민이 집단 죄의식에 빠지는 시기가 돌아왔다. 바로 지금, 에어컨 켜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무더운 한여름 말이다. 폭염에다 전기료 요금폭탄으로 고통받았던 지난해 여름 누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용기 내서 에어컨을 틀었는데, 경찰이 들이닥칠 것 같은 이 죄의식은 뭐지”라고 쓴 걸 보고 마치 내 얘기인 것 같아 혼자 피식 웃은 적이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내년 여름엔 죄의식 없이 에어컨 좀 틀어보자”고도 했다.
 
정부가 2016년 12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여 요금 단가 차이를 11.7배에서 3배로 축소하면서 요금폭탄 이슈는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머릿속 깊숙이 뿌리박힌 이놈의 ‘에어컨 죄의식’은 올해도 사라질 줄 모르고 이어진다. 어릴 때부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비싼 전기 펑펑 쓰는 게 웬말이냐”는 교육을 받아온 데다 좌우 정권 불문 모든 정부가 에어컨 트는 걸 죄악시하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심지어 올해는 청와대 회의에서 (시원한) 한산모시 입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옷 한 벌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한산모시 한 필 가격이 무려 70만원에 이르는데도 에어컨 트는 것보다는 더 나은 모양이다.
 
하지만 인정하자. 사계절이 있어 다들 착각하는 모양인데 한국은 부채나 선풍기로 버티기엔 정말 더운 나라다. 그리고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올 들어 경주의 한낮 기온은 39.7도까지 올랐고, 서울의 열대야는 기록적 더위라던 2016년보다 열흘이나 빠른 7월 11일 벌써 찾아왔다. 오죽하면 한국에 부임한 모 중동 외교관이 “(서울이) 더 덥다”(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페이스북 인용)고 했을까. 이 외교관이 더 덥다고 느낀 건 높은 건물 안 온도 탓이다. 28도 아래로 에어컨 온도를 맞출 수 없는 공공건물은 물론이요 상점까지 눈치 보며 에어컨을 틀어야 하니 말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수력원자력의 날치기 이사회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하면서 2년 전 예측보다 무려 10% 줄어든 2030년 전력 수요 수치를 내놓았다. 누구라도 싼값에 에어컨 쓸 수 있는 수요를 상정하는 대신 혹시라도 온 국민이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사는 걸 상정한 예상치일까봐 덜컥 겁이 난다. 설마, 아니겠지.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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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9 02: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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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 한국인 발길 뜸한, 색다른 일본의 멋과 맛

    경험 많은 여행자일수록 단순히 유명 관광지 앞에서 인증샷 하나 찍는 ‘확인여행’에선 별다른 감흥을 못 느낀다. 그보다는 오히려 잘 몰랐기에 더 알고 싶고 궁금해지는 곳으로 떠나는 ‘발견여행’에 더 끌린다. 일본의 4개 주요 섬 가운데 가장 작고 낙후된 섬 시코쿠(四國)는 그런 노련한 여행자에게 더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곳이다.
     
    황폐한 섬마을 전체를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세계적 명소로 거듭난 나오시마(直島) 덕분에 최근 몇 년 새 시코쿠 가가와현의 현청 소재지인 다카마쓰(高松)가 꽤 이름을 알리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다카마쓰 국제공항에 내려 배를 타고 나오시마에 들렀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렇게 다카마쓰를 ‘찍고’ 돌아오기엔 아쉽다. 다카마쓰는 물론이요, 인근 도쿠시마현의 나루토 등 발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원문화재 가운데 가장 넓다는 리쓰린 공원. 상투적이지만 ?그림 같다?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일본의 정원문화재 가운데 가장 넓다는 리쓰린 공원. 상투적이지만 ?그림 같다?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나오시마로 떠나는 다카마쓰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리쓰린(栗林) 공원도 그중 하나다. 리쓰린 공원은 일본에서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24개 정원 중 가장 넓은 곳으로, 6개의 연못과 13개의 인공산이 있다.
     
    밤나무숲(栗林)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곳은 소나무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데, 1400여 그루의 소나무 중 1000여 그루가 전문가 손으로 다듬어진 분재송이다.
     
    한국어로 공원 곳곳을 안내하는, 역시나 한류에 관심이 많아 한글을 배우게 됐다는 아주머니 자원봉사자로부터 재미난 사연과 모양을 지닌 각종 소나무 설명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리쓰린 공원 안의 다실(茶室) 기쿠게쓰테이(?月亭)에서 마신 말차가 가장 인상적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풍경 덕분이었다.
     
    연못 위의 조각배 한 척, 아니 배를 탄 남녀 커플이 멋진 산수화를 완성했다.
     
    사누키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우동 온도와 국물 따르는 방식은 물론 같이 먹는 튀김과 어묵까지 전부 셀프로 고른다.

    사누키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우동 온도와 국물 따르는 방식은 물론 같이 먹는 튀김과 어묵까지 전부 셀프로 고른다.

    리쓰린 공원에 갔다면 또 들를 곳이 있다. 우동집이다. 다카마쓰가 있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讚岐), 일본 3대 우동이라는 그 유명한 사누키 우동의 고향이다. 리쓰린 공원에서 5분 거리에 유명 맛집 우에하라야(上原屋) 본점이 있다.
     
    다카마쓰가 있는 가가와현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도쿠시마(德島)현 나루토의 오쓰카 국제미술관에 가는 길, 차창 밖으로 연꽃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낯선 풍경이 우선 호기심을 자극했다. 알고보니 도쿠시마는 원래 연근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사실 오쓰카 국제미술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산을 뚫고 지은 특이한 미술관이라는 점이 끌리긴 했지만 가짜 명화가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은 예상대로였고, 나머지 절반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오쓰카제약그룹이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1998년 설립한 오쓰카 국제미술관은 전 세계 25개국 190여 개 미술관이 소장한 명화 1000여 점을 원본과 똑같은 사이즈로 재현해 놓았다. 가령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을 그대로 갖다 놨고, 사진 촬영이 금지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피카소의 명작 ‘게르니카’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원본과 똑같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실망스러웠다.
     
    딱 하나 흥미로웠던 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었다. 마주 보는 자리에 복원 전 모습과 복원 후 모습을 같이 두었기 때문이다.
     
    나루토 소용돌이를 보려면 오나루토교 옆으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나루토 소용돌이를 보려면 오나루토교 옆으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인근 나루토 소용돌이였다.
     
    나루토 해협 한가운데의 나루토(鳴門) 소용돌이(渦潮·우즈시오)는 자연 그 자체의 신비에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 3대 소용돌이 중 하나로 꼽힌다. 너비 1.3㎞의 좁은 나루토 해협은 혼슈·규슈·시코쿠에 둘러싸인 내해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와 나루토 해협 급류가 만나는 곳에 최대 1.7m의 낙차가 생겨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큰 조수일 때는 직경이 20m 이상 달하기도 한단다.
     
    배를 타고 나가 오나루토교 아래 잠시 머무르며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소용돌이와 함께 장관을 이루는 오나루토교는 나루토(시코쿠)와 아와지시마(혼슈) 사이를 잇는 2층 다리다. 85년 개통했는데 전체 길이는 1629m다. 위로는 차가 다니지만 아래층에는 우즈노미치(渦の道)라고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통로로 조성돼 걸으면서도 소용돌이를 구경할 수 있다.
     
    꼭 소용돌이 감상이 아니더라도 바닥 투명유리를 통해 해상 45m 위에서 보는 바다는 그럴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그저 새로운 자극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발견의 재미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시코쿠가 알게 해줬다.
    시고쿠 지도

    시고쿠 지도

     
    ◆여행정보
    에어서울이 인천~다카마쓰를 월·화·수·금·일 운항한다. 여러 항공사가 하루에도 몇 편씩 운항하는 간사이공항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다카마쓰에 가는 방법도 있다. 3시간30분 소요. 입장료는 리쓰린 공원 410엔, 오쓰카 국제미술관 3240엔, 나루토 관조선(원더 나루토) 1800엔, 우즈노미치 510엔.
     
    시코쿠(일본)=글·사진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취재 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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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4 01: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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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김제동 말고 이효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이제는 개그맨이나 방송인으로서의 활동보다는 정치적 발언으로 사람들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 김제동은 사실 특유의 입담으로 숱한 어록을 남겨 왔다. 나온 지 몇 년 지난 지금까지 ‘레전드’라는 이름이 붙은 채 SNS상에 떠돌아다니는 동영상이 꽤 될 정도다. ‘연애명언’ 영상도 그중 하나다. “(여자는 남자 만나러 나올 때 치장하느라 1시간반이나 쓰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한테 술값 내는 걸 아까워 말라”로 시작하는 이 강연 영상에서 김제동은 “남자는 여자 말 들으면 중간은 간다”는 식으로 연애 관련 조언을 한다. 얼핏 들으면 남자들한테 하는 쓴소리 같은데 여자인 내 입장에서 이상하게 불편했다. “여자는 오로지 감성으로 뭉쳐져 있고, 남자들처럼 이성으로 판단하고 분석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편견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서만은 아니었다. 뭐, 다 웃자고 하는 얘기니까. 그런데 이 불편함은 뭐지.
     
    최근 컴백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이효리의 화법을 보면서 비로소 이유를 깨달았다. ‘전지적 시각에서 던지는 일방적 훈계’와 ‘눈높이를 맞춰 상대 마음을 배려하는 공감’의 차이 말이다.
     
    이효리는 최근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을 통해 결혼생활을 공개하면서 만인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SNS에 누군가 “이상순을 남편으로 둬서 부럽다”는 농담 같은 진담을 쓴 걸 봤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특히 젊은 여성들은 단순히 제주도 대저택에 살며 그가 누리는 물질적 여유만이 아니라 아내를 살뜰하게 챙기고 말까지 통하는 남편을 둔 걸 더 부러워한다.
     
    그런데 정작 이효리는 “나한테나 잘 맞는 남자”라며 선을 긋는다. “저는 돈이 많잖아요. 돈 안 벌고 편하면 잘할 수 있어요.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면 서로에게 말이 예쁘게 나가겠냐고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자괴감 느끼는 분들에게 그걸 생각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이효리는 누군가 끊임없이 그랬던 것처럼 “한 수 알려 주마” 식으로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일에 지치면 원래 그런 거니 서로 이해하고 참으라”는 말 대신 혹시 자신으로 인해 박탈감을 느낄 사람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주면서 공감을 끌어낸다. 혀끝으로 하는 값싼 힐링과는 차원이 다른 이효리의 공감 능력이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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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2 02: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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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코쿠, 한국인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뭐든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경험은 늘고 호기심은 줄기 때문이다. 여행도 딱 그렇다. 경험 많은 여행자일수록 단순히 유명 관광지 앞에서 인증샷 하나 찍는 '확인 여행'에선 별다른 감흥을 못느낀다. 그보다는 오히려 잘 몰랐기에 더 알고 싶고 궁금해지는 곳으로 떠나는 '발견 여행'에 더 끌린다. 일본의 4개 주요 섬 가운데 가장 작고 낙후된 섬 시코쿠(四國)는 그런 노련한 여행자에게 더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의 정원문화재 가운데 가장 넓다는 시코쿠 가가와현 다카마쓰에 있는 리쓰린 공원. 상투적이지만 "그림 같다"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일본의 정원문화재 가운데 가장 넓다는 시코쿠 가가와현 다카마쓰에 있는 리쓰린 공원. 상투적이지만 "그림 같다"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시코쿠는 도쿄나 쿄토 등 혼슈의 대도시들뿐 아니라 북단 홋카이도(北海道)나 남단 규슈(九州)의 여느 지역과 비교해봐도 한국인에게 낯선 곳이다. 비록 짧은 일정이고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닌 7월초이긴 했지만 다니면서 단 한번도 한국인과 마주치지 않았을 정도다. 
    황폐한 섬마을 전체를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세계적 명소로 거듭난 나오시마(直島) 덕분에 최근 몇년새 시코쿠 가가와현의 현청소재지인 다카마쓰(高松)가 꽤 이름을 알리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나오시마라는 뚜렷한 목적지가 있기에 다카마쓰 국제공항에 내려 배 타고 나오시마 들렀다가 다카마쓰로 다시 나와 사누키 우동 한 그릇 먹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천편일률적인 일정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렇게 다카마쓰를 '찍고' 돌아오기엔 아쉽다. 다카마쓰는 물론이요, 인근 도쿠시마 현의 나루토 등 알면 알수록 발견의 재미를 주는 곳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시코쿠. 가가와·도쿠시마·고치·에히메 4개 현으로 이뤄져 있다. 

    시코쿠. 가가와·도쿠시마·고치·에히메 4개 현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이야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나 역시 2015년초 처음 다카마쓰에 갔을 땐 오로지 나오시마에만 관심이 있었다. 나오시마가 워낙 궁금하기도 했고, 기대 이상으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나오시마의 매력에 압도되어 다카마쓰엔 눈길도 잘 가지 않았다. '다카마쓰가 뭐 별 건가, 사누키 우동의 고향이라니 우동 맛 한번 보면 그만이지' 싶었다. 항구에서 가까운 일본 특별명승지라는 리쓰린공원(栗林公園)조차 아름답긴 했지만 대단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리쓰린 공원에 잘 오셨습니다'란 문구를 쓴 부채를 든 한국어 자원봉사자. 한국어가 조금 서툴긴 했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았다. 

    '리쓰린 공원에 잘 오셨습니다'란 문구를 쓴 부채를 든 한국어 자원봉사자. 한국어가 조금 서툴긴 했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았다. 

    목적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경험이 달라서일까.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 애초에 다카마쓰에서 가까운 섬 나오시마는 빼고 오로지 시코쿠의 작은 도시들만 돌겠다고 마음 먹으니 모든 게 달리 보였다. 두번째 간 리쓰린 공원도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리쓰린 공원은 일본에서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24개 정원 중에 가장 넓은 곳이다. 이 안에 6개의 연못과 13개의 인공 산이 있다.
    리쓰린 공원 안의 몇몇 다실(茶室) 중 하나인 기쿠게쓰테이에서 말차를 마실 수 있다. 

    리쓰린 공원 안의 몇몇 다실(茶室) 중 하나인 기쿠게쓰테이에서 말차를 마실 수 있다. 

    처음 갔을 땐 바람이 부는 겨울이라 그런지 그저 잘 꾸며놓은 분재 속을 거니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런 느낌이 잘못된 건 아니다. 밤나무숲(栗林)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 곳은 소나무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데, 1400여 그루 소나무 중 1000여 그루가 전문가 손으로 다듬어진 분재송이니 말이다. 
    한국어로 공원 곳곳을 안내하는, 역시나 한류에 관심 많아 한글을 배우게 됐다는 아주머니 자원봉사자로부터 재미난 사연과 모양을 가진 각종 소나무 설명을 듣는 것도 물론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번엔 리쓰린 공원 안의 몇몇 다실(茶室) 중 하나인 기쿠게쓰테이(?月亭)에서 일본식 정원과 연못을 보며 마신 말차가 일품이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장소에서 말차를 마셨다. 하지만 그때는 그림같은 풍경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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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쓰린 공원 속 연못에선 뱃사공이 들려주는 해설을 들으며 뱃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리쓰린 공원 속 연못에선 뱃사공이 들려주는 해설을 들으며 뱃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그렇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림같은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원래 기쿠게쓰테이 바로 앞 연못에선 뱃사공이 모는 뗏목을 타고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번 방문 땐 세찬 바람 탓에 배가 뜨지 못했고, 풍경을 완성하는 연못 위 뗏목을 구경할 수 없었다. 
    이번엔 달랐다. 연못 위의 조각배 한 척, 아니 배를 탄 남녀 커플이 이 산수화에 완벽한 방점을 찍었다. 비록 인공으로 꾸민 것이라고는 하나 공원 안의 초록은 너무나 선명하고 매혹적이라 이곳에선 소나무와 정자뿐 아니라 사람까지 단번에 그림 속 주인공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리쓰린 공원을 가면 좋은 게 공원 뿐 아니라 공원 근처의 유명 우동 맛집까지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 '사누키 우동'의 고향인 이곳 가가와현 다카마쓰에서도 손꼽히는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가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 '사누키 우동'의 고향인 이곳 가가와현 다카마쓰에서도 손꼽히는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다카마쓰가 있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岐). 그렇다. 이곳은 그 유명한 사누키 우동의 고향이다. 비록 평소 우동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본 3대 우동의 하나인 사누키 우동은 한 번 맛봐야 하지 않겠나. 마침 리쓰린 공원 근처에 유명 맛집인 우에하라야(上原屋) 본점이 있다. 우동 온도와 국물 먹는 방식, 그리고 같이 먹는 튀김까지 직접 고르는 일종의 셀프 우동집인데, 가성비 좋은 곳으로 이름 높다. 우동도 우동이지만 튀김이 종류가 많고 맛도 좋다. 
    사누키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우동 온도와 국물 따르는 방식은 물론 같이 먹는 튀김과 어묵까지 전부 셀프로 고른다. 내 입맛엔 우동보다 튀김 맛이 더 좋았다. 

    사누키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우동 온도와 국물 따르는 방식은 물론 같이 먹는 튀김과 어묵까지 전부 셀프로 고른다. 내 입맛엔 우동보다 튀김 맛이 더 좋았다. 

    다카마쓰는 이렇게 매력적이지만 사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움을 발견한 곳은 사실 다카마쓰가 아니라 가가와현 동쪽 도쿠시마(德島)현에서였다. 전세계 명화란 명화는 모조리 카피해서 한 데 모아놓은 기발한 미술관이나 바다 속 소용돌이라는 기이한 자연현상. 여기에 연꽃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낯선 풍경까지. 
    이동 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연꽃밭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장관이었다. 서울에선 어디 고궁 연못에서나 볼 수 있는 연꽃이 도로 옆에 끝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도쿠시마가 원래 연근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차창밖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연꽃밭. 도쿠시마 특산품 중 하나가 이 연꽃밭에서 나오는 연근이다. 

    차창밖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연꽃밭. 도쿠시마 특산품 중 하나가 이 연꽃밭에서 나오는 연근이다. 

    사실 도쿠시마 나루토에 있는 오츠카국제미술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산을 뚫고 지은 특이한 미술관이라는 점이 끌리긴 했지만 가짜를 돈 주고 보는 게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도쿠시마현 나루토에 있는 오츠카국제미술관. 독특한 산 속 미술관이다. 

    도쿠시마현 나루토에 있는 오츠카국제미술관. 독특한 산 속 미술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은 예상대로였고, 나머지 절반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오츠카 제약그룹이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1998년 설립한 오츠카국제미술관은 전세계 25개국 190여 개 미술관이 소장한 명화 1000여 점을 원본과 똑같은 사이즈로 재현해놓았다. 가령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을 그대로 갖다놨고, 사진촬영조차 금지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피카소의 명작 '게르니카'도 있다. 
    하지만 진짜와 가짜의 감동 차이는 역시 클 수밖에. 게다가 미국과 유럽에서 꽤 많은 진품을 본 탓인지 사실 아무리 원본과 똑같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실망스러웠다. 
    딱 하나 흥미로웠던 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었다. 마주보는 자리에 복원 전 모습과 복원 후 모습을 같이 두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 가도 이젠 복원 후의 '최후의 만찬'밖에는 볼 수 없지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 오츠카국제미술관에서 복원 전후의 작품 모두를 감상할 수 있다.  
    오츠카미술관에 있는 '최후의 만찬' 중 예수의 모습. 왼쪽이 복원 전이고 오른쪽이 복원후다. 

    오츠카미술관에 있는 '최후의 만찬' 중 예수의 모습. 왼쪽이 복원 전이고 오른쪽이 복원후다. 

    하지만 솔직이 이 미술관보다 나루토 소용돌이가 정말 흥미로웠다. 
    미술관 인근의 나루토공원 옆 나루토해협 한가운데의 나루토(鳴門) 소용돌이(渦潮·우즈시오)는 자연 그 자체의 신비에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 3대 소용돌이 중 하나로 꼽힌다. 넓이 1.3㎞의 좁은 나루토해협은 조수 간만 차이 때문에 혼슈·규슈·시코쿠에 둘러싸인 내해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와 나루토해협 급류가 만나는 곳에 최대 1.7m의 낙차가 생겨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그때 나타나는 게 바로 우즈시오다. 큰 조수일 때는 직경이 20m이상 달하기도 한단다.  
    이날은 제대로 된 소용돌이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느 바다와는 분명 다른, 마치 일본 우끼요에 한 장면 같은 흰 파도는 볼 수 있었다. 

    이날은 제대로 된 소용돌이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느 바다와는 분명 다른, 마치 일본 우끼요에 한 장면 같은 흰 파도는 볼 수 있었다. 

    배를 타고 나가 오나루토교 아래 잠시 머물러 소용돌이를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내가 갔던 7월초는 바다가 대단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진 않았다. 봄 가을에 밀물 썰물 수위 차이가 커 소용돌이 크기도 큰 데 이 날은 소용돌이 감상에 그리 좋은 날은 아니었다. 이렇게 날씨와 시간에 따라 소용돌이 세기가 달라진다. 
    3~4월, 시간만 잘 맞추면 오른쪽 같은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3~4월, 시간만 잘 맞추면 오른쪽 같은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소용돌이와 함께 장관을 이루는 오나루토교는 나루토(시코쿠)와 이와지시마(혼슈) 사이를 잇는 2층 다리다. 1985년 개통했는데 전체 길이는 1629m다. 위로는 차가 다니지만, 아래층에는 우즈노미치(渦노道)라고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통로로 조성돼 걸으면서도 소용돌이를 구경할 수 있다. 
    나루토 소용돌이를 걸어서 볼 수 있는 오나루토교 아래의 우즈노미치.

    나루토 소용돌이를 걸어서 볼 수 있는 오나루토교 아래의 우즈노미치.

     
    나루토 소용돌이를 걸어서 볼 수 있는 오나루토교의 아랫층 구조. 

    나루토 소용돌이를 걸어서 볼 수 있는 오나루토교의 아랫층 구조. 

    꼭 소용돌이 감상이 아니더라도 해상 45m 위에서 보는 바다는 그럴듯하다. 우즈노미치 바닥엔 투명 유리가 깔린 조망대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450m를 갔다가 갔던 길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인데 원래 철로를 만들려고 했서 그런지 기차역을 걷는 느낌마저 든다. 
    우즈노미치에는 이렇게 바닥을 투명 유리창으로 해놓은 조망대가 곳곳에 있다. 45m 아래 바다가 아찔하다. 

    우즈노미치에는 이렇게 바닥을 투명 유리창으로 해놓은 조망대가 곳곳에 있다. 45m 아래 바다가 아찔하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다. 하나라도 더 열심히 미리 공부해야 낯선 곳을 더 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그저 새로운 자극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발견의 재미를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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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코쿠(일본)=글·사진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나루토 소용돌이를 볼수있는 오나루토교의 우즈노미치에서 바라본 태평양. 

    나루토 소용돌이를 볼수있는 오나루토교의 우즈노미치에서 바라본 태평양.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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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2 00:0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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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이러려고 정권을 무너뜨렸나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지난 주말 메이지유신의 주역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5~67)의 고향인 시코쿠(四國)섬 고치(高知)현에 다녀왔다. 료마는 우리에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일본에선 숱한 역사적 위인 가운데서도 단연 수퍼스타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신칸센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이곳 고치에 적잖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외국인보다는 주로 일본인들인데, 료마가 태평양 건너를 바라보며 일본땅을 벗어나 더 큰 세상을 꿈꿨다는 최남단 가쓰라하마(桂浜) 바닷가 등 곳곳에 묻어 있는 그의 흔적을 좇기 위해서다.
     
    료마는 일본이 중세 봉건국가에서 벗어나 세계와 겨루는 강대국으로 도약하게 만든 근대화의 영웅이다. 에도 막부 말기 미천한 하급 무사 집안에서 태어나 당시로선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던 탈번(고향 탈출)을 감행해 끝내 막부를 타도했으나, 정작 본인은 메이지유신 직전 암살당한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료마가 간다』와 NHK 드라마 ‘료마전’ 등이 그의 대중적 인기에 한몫하기는 했지만 그가 이처럼 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낮은 신분이나 암울한 시대에 좌절하거나 사심을 채우는 대신 스스로를 버려 일본에 미래를 선사한 인물이라는 점 말이다.
     
    료마는 썩어빠진 막부 정권이 존속하는 한 서양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걸 간파하고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정치세력을 모아 결국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렸다. 그런데 정작 유신 분위기가 무르익자 동료들에게 혁명 후 정치를 부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막부 정권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다. 세상 사람은 모두 나만큼 똑똑하기에 아무도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해 힘을 보태지 않는다. 사심을 품으면 바로 알아차린다. 오직 대의를 위해서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일본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자신을 버려가며 나라에 헌신하기는커녕 ‘자리’만 탐내는 정치 지도자가 넘쳐나는 요즘, 료마가 그리울 수밖에. 어디 일본뿐일까. 인사 난맥을 보고 있자면 오로지 ‘자리’를 위해 정권을 무너뜨렸나 싶어 하는 말이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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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05 02:2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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