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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 아닌데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처음엔 비(非)고시 출신의 첫 여성 후보자라는 점 때문에 순혈주의와 유리천장을 깨는 참신한 인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녀의 위장전입 전력과 미국 국적 보유 탓에 새 정부의 인사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인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위장전입을 5대 비리 중 하나로 규정짓고,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사실 법적으로만 따지자면 자녀의 외국 국적 보유는 위장전입과 달리 별다른 하자가 없다. 그런데도 여론은 국적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익을 대변하는 외교 수장의 자녀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는 데 대한 반감이 큰 탓이다. 청와대도 이를 의식해 “장녀 본인이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고위 공직자 자녀의 국적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내내 논란거리였다. “이중국적 자녀를 가진 공무원을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임명권자의 판단”이라며 2014년 재외공관장 인사 때 자녀의 이중국적 포기를 조건으로 대사에 내정했다. 심지어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이행을 못하면 조기 소환 방침까지 내세웠다. 이미 성년(22세에 국적 선택)이 된 자식의 선택은 강요하기 어렵다는 동정론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빚어질 수 있는 이해 충돌을 감안할 때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라는 목소리가 더 컸기에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일이다.
 
당시 논란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한 강 후보자와 관련한 갑론을박을 지켜보면서 나는 좀 엉뚱한 데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 말이다.
 
강 후보자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 시절 했던 인터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애들이 스스로 원하는 걸 하게끔 만들고, 무엇이 되라고 부추기지 않았다.” 1984년 미국 유학 시절 낳은 딸이 2006년 국적을 선택해야 했을 때 강 후보자는 이런 교육 철학대로 장녀의 의사를 존중했을 것이다. 장녀 스스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충분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장관 할 테니 자식 된 도리로 선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게 맞는 걸까.
 
청와대의 설명대로 능력 있는 적임자라면 흠이 보이더라도 공직 기회를 주는 게 맞을지, 또 이중국적을 허용할지 여부는 차차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부모·자식 간 역할과 도리 문제는 참 답이 없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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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24 02:5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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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박수가 잦아들 때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인간미 넘치는 지도자에 목이 말라서였는지, 아니면 정치적 허니문 기간이라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모든 미디어에 찬사가 넘쳐나는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청와대 식구들과의 커피 한잔에도 칭찬이 줄을 잇고 심지어 아무 일 안 해도 (잘생긴 외모 덕분에) 증세 없는 복지를 이뤄냈다고까지 열광한다. 이런 훈훈한 얘기가 이 정권 끝날 때까지 지속되면 좋으련만 곧 박수 소리가 잦아들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많은 국민이 그간 아무리 소소한 감동에 갈증을 느껴 왔다 해도 사람 냄새 나는 감동적인 몸짓 하나, 말 한마디만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이나 탄핵 정국을 거치며 골이 깊어진 우리 사회 내부의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이 할 적지 않은 선택은 필연적으로 지지보다 비난을 더 많이 받을지 모른다. 모두가 말로는 국익을 내세우지만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대통령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누구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고 지금은 문비어천가를 부르는 언론으로부터 가혹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더 이상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방에서 나를 공격한다고 느낄 때 과연 최고권력자는 누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누구를 의지하게 될까. 기대 어린 시선으로 새 대통령을 바라보는 사람들조차 걱정하는 게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는 지지자를 등에 업고 달려왔다고 해도 국익을 위해 때론 지지자가 반발할 일도 해내야 하는데, 대선 기간 동안 우려를 자아냈던 일부 열성 지지자의 독선적인 목소리가 오히려 더 커져 정작 중요한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최근 부쩍 언론 매체뿐 아니라 본인 계정에 본인 생각을 적는 SNS에서조차 자기 검열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단순히 정권이 바뀌어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문 대통령 지지자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떼로 몰려들어 공격하는 탓이다.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를 개탄하며 그걸 만든 인물들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던 사람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왜 이런 행태를 보이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조너선 하이트 뉴욕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의견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를 느껴야 건강한 사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를. 그를 찍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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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17 02:2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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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트에 대한 행동


    아무 것도 안 해도 힐링

    소냐스 가든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어딜 봐도 동화 속처럼 예쁜다. 스파 들어가는 길. 

    소냐스 가든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어딜 봐도 동화 속처럼 예쁜다. 스파 들어가는 길.

    해외여행이 귀하던 시절엔 한번 여행을 떠나면 마치 일하듯 시간을 쪼개가며 유명 관광지에서 또 다른 유명 관광지를 옮겨다니며 저돌적으로 즐겼다. 호텔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죄책감이 불어났다.
    해외여행이 보편화하면서 이런 뻔한 관광지 투어 대신 취향 따라 즐기는 테마여행이 대세가 됐다. 하지만 관광지에서 관심사로 동선이 바뀌었을뿐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쥐어짜는 여행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한번쯤은 통 크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려보면 어떨까. 여기 최적의 장소가 있다.
     
    타가이타이=글·사진 안혜리 기자 ahn.hai-ri@joongang.co.kr
    소냐스 가든에서의 하룻밤은 허브 이름을 딴 오두막집에서 보낼 수 있다. 풀 먹은 새하얀 침대보, 우아한 자수가 놓여진 테이블보가 기분좋게 만든다. [사진 소냐스 가든]

    소냐스 가든에서의 하룻밤은 허브 이름을 딴 오두막집에서 보낼 수 있다. 풀 먹은 새하얀 침대보, 우아한 자수가 놓여진 테이블보가 기분좋게 만든다. [사진 소냐스 가든]

    범죄자의 도피처, 강력범죄의 온상, 경찰도믿지 못하는 불안한 치안, 여기에 테러 위협까지….
     
     우리가 필리핀을 떠올릴 때 즉각 따라붙는 온갖 부정적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은 분명 한국인이 사랑하는 나라다. 이 나라를 찾는 외국인 4명 중 1명이 한국인으로,매년 외국인 방문객 가운데 단연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아열대성 기후에 크고 작은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 나라에 걸맞게 지금까지는 보라카이·세부 같은 해변 휴양지를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나 골프를 즐기는 성인 남성 관광객 수요가 많았다. 최근 필리핀은 이와 다른 컨셉트의 여행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유유자적한 자유를 누리는, 이른바 웰빙 투어다.
    굳이 무슨 해양스포츠를 하거나 관광을 하지 않아도 여자들끼리도 얼마든지 싸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먹고 즐길 수 있는 그런 휴식같은 여행 말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필리핀에서 그게 가능하다고? 물론이다.
    소냐스 가든 뷔페에선 값비싼 영국 식기에다 유기농 채소를 맘껏 담아 먹을 수 있다.

    소냐스 가든 뷔페에선값비싼 영국 식기에다유기농 채소를 맘껏 담아 먹을 수 있다.

    한시간 거리의 다른 세상
    휴양지로의 환승을 위해, 혹은 카지노나 골프를 즐기려고 마닐라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빈약한 인프라와 열악한 치안 상태에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웬만한 호텔이나 쇼핑몰에 들어갈 때마다 보안 점검대를 통과해야 할 정도니 말이다. 사실 떠나기 전이 더 두려운 지도 모르겠다. 보라카이 같은 휴양지조차 테러 위협에 여행 유의 지역 아닌가.
    하지만 마닐라 남쪽으로 1~2시간만 달리면 영화 ‘마스터’가 보여줬던 마닐라 빈민굴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요즘 한국에선 만나기 힘든 새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 기분좋은 햇살은 기본. 이토록 싼 값에 이렇게 과한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은, 천국같은 휴양지가.
     
     바로 카비테 주 타가이타이 시에 있는 타알호수 인근 휴양지다. 타가이타이는 화산폭발로 호수가 만들어지고 다시 폭발이 일어나 분화구 안에 다시 작은 분화구가 생긴, 다시 말해 세계 유일의 화산 속 화산 타알화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발 700m 구릉지대라 마닐라보다 시원해 주말이면 가족 단위ㅡ휴양객이 필리핀 전역에서 모여든다.
    세계 유일의 '화산 속 화산'으로 유명한 타알 화산. 타알 화산이 있는 타가이타이는 맑은 공기와 쾌적한 기후로 최적의 휴양지로 꼽힌다. 

    세계 유일의 '화산 속 화산'으로 유명한 타알 화산. 타알 화산이 있는 타가이타이는 맑은 공기와 쾌적한 기후로 최적의 휴양지로 꼽힌다.

     
     그 흔한 해변 하나 없지만 잘 가꾼 정원 속 에 콕콕 박힌 유명한 리조트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소냐스 가든(Sonya‘s Garden)이다.
     
    정원에서 행복을 찾다
    소냐스 가든은 이름 그대로 소냐의 정원이다. 영국 유학파 출신으로 1964년부터 20여년 간 필리핀내셔널뱅크(PNB)에서 근무한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인 소냐 가
    르시아가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정원을 생각하며 만든 공간이다. 1998년 레스토랑(Sonya’s SecretCottage Restaurant)을 시작으로 2002년 현재의 영국식B&B(베드&브랙퍼스트) 컨셉트의 리조트를 공개했다. 2008년 스파까지 문을 열며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
    우아한 정원 소냐스가든을 가꾼 안주인 소냐 가르시아. 

    우아한 정원 소냐스가든을 가꾼 안주인 소냐 가르시아.

     
     소냐는 한적한 시골에 이런 B&B를 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문뜩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행복한 기억을 찾다보니 그게 정원이었다. ”
     
    결코 돈 많은 귀부인이 노년의 취미생활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표현하는 가식이 아니다. 소냐스 가든에 일단 발을 디디면 어디서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소냐와 마주친다. 정말 행복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붙인다. 그렇다고 적당히 아무거나 걸친 푸근한 동네 할머니를 떠올려선 안된다. 흰색 숏팬츠를 멋스럽게 소화하는 스타일만 봐도 그의 남다른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무려 2헥타르(2만㎡)에 달하는 정원 곳곳은 물론 이 넓은 공간 안에 동화처럼 자리잡은 22개의 오두막집(빌라)에서 안주인의 세련된 안목을 목격할 수 있다.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다
    체크인을 기다리다 리셉션 데스크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냐는 “이곳엔 에어컨처럼 자연을 해치는 기구는 없고 식재료는 모두 이곳 농장에서 기른 유기농”이라고 자랑했다. 분명 자랑인데 불안했다. 음식은 그렇다치고 한낮에 섭씨 30도가 훌쩍 넘는 더위에 에어컨 없는 방에서 자라고?
     
    소냐스 가든은 영국식 B&B에서 컨셉트를 따왔지만 묵는 공간은 완전히 다르다. 좁은 방 한 칸이 아니라 집 한채가 온전히 내것이 된다. 오두막집 크기는 모두 제각각으로 2~6명이 한 빌라에 같이 묵을 수 있는데,
    모두 독립된 공간이라 이곳에선 단 하루를 묵어도 주인이 된다. 내가 묵은 곳은 ‘프라이빗(사유지)’이라는 표지가 붙은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리코리쉬(감초)’라고 이름 붙인 2층 집이었다.
    소냐스 가든에 있는 22개 오두막집 중 하나. 투숙객은 독채를 사용하기에 하룻밤만 묵어도 주인이 된다. 

    소냐스 가든에 있는 22개 오두막집 중 하나. 투숙객은 독채를 사용하기에 하룻밤만 묵어도 주인이 된다.

     
    방에 들어가니 정말 에어컨이 없었다. 심지어 냉장고도 없었다. TV는 있을 턱이 없고, 전화조차 없었다. 그래도 기분 좋게 놀랐다. 처음엔 방이 너무 예뻐서 놀라고 그 다음엔 관리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한번 더 놀랐다.
     
    주말이래야 식사를 모두 포함한 하룻밤가격이 3400페소(1인당 7만 8000원)에 불
    과한데 빳빳하게 풀 먹인 새하얀 침대보 하며,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레이스 커튼이라니. 세면대와 샤워실에서까지 푸른 녹음을 볼 수 있게 야외 공간을 실내로 끌어들인 화장실도 인상적이었다.
     
    하룻밤을 자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에어컨이 없어 창문을 열어놓은 덕분에 새소리에다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며 잠에서 깼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소냐스 가든은 꼭 이곳에서 잠을 자지 않더라도 스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많이들 찾는다. 인근 너처 웰니스 빌리지에선 90분짜리 필리핀 전통 전신 마사지 가격이 1800페소(4만1000원)인데, 여기서는 그 절반 가격 정도 밖에 안된다.
    소냐스 가든 스파의 마사지사들은 모두 공인자격정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인근 리조트보다 가격은 더 싸다. 

    소냐스 가든 스파의 마사지사들은 모두 공인자격정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인근 리조트보다 가격은 더 싸다.

     이곳에 머물며 싼값에 맘껏 스파를 받아도 좋지만 사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묘미다. 그저 하릴 없이 산책을 하거나 너무 더우면 자동차로 5분 거리(직원에게 부탁하면 데려다준다)에 있는 계곡 수영장에서 수영을 해도 좋다. 아니라면 요즘 전세계적으로 유행인 팜투테이블(인근 농장에서 키운 채소로 음식 내기)을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는 정원 속 농장을 구경하는 것도 색다르다.
     
     투숙객은 직원에게 요청하면 언제든 무료로 농장 투어를 하며 방울토마토 등 이곳에서 기르는 채소를 맘껏 따서 가져갈 수 있다.
    오전에 파슬리 따러 나가는 셰프를 따라 나서보니 온실 속엔 다양한 향신료용 허브나샐러드용 채소가 넘쳤고, 패션푸루트나 아보카도, 망고 같은 열대과일이 매달린 나무 구경하는 재미도 좋았다.
     
    외국인 적어 싼값은 매력 
     아쉬운 건 역시 인프라였다. 마닐라 도심에서 자동차로 1~2시간이면 거리도 그리 멀지 않은데 교통편이 불편하다. 차를 렌트(1일 4
    만원)해서 가거나 밴을 이용해야 하는데 초행길이라면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외국인 관광객보다 필리핀 내국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덕분에 숙소든, 스파든,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든 값은 싸다. 아직은 이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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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11 00:0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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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대통령을 사랑할 수 있다면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사상 첫 탄핵 인용 후 우여곡절 끝에 19대 대통령을 선출한 오늘(10일), 대통령에 관한 질문을 하나 던져볼 테니 한번 맞혀 보시길.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첫 번째 대통령은 누구일까.’ 주관식이 어렵다면 사지선다 객관식 보기 중에 골라 보자. ①이승만 ②이명박 ③노무현 ④박근혜.
     
    정답은 ④번 박근혜 대통령이다.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경남 출신인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있는데 왜 박근혜 대통령이 첫 대통령이냐”며 틀린 답이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일은 1948년 8월 15일로, 노무현 대통령은 46년 미 군정 시절에 태어났으니 정답은 52년생 박근혜 대통령이 맞다. 오늘 선출된 당선인 역시 직선으로 뽑힌 새 대통령이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곧바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하는 최초의 기록을 갖게 됐다.
     
    대선에 맞춰 나온 『대통령 트리비아』(안승환 저)엔 이 밖에도 ‘임기를 채우고 선거에 의해 정권을 넘긴 첫 대통령(정답 전두환)’이나 ‘청와대 로고를 만든 대통령(김영삼)’처럼 역대 대통령이 세운 최초 기록부터 최저 투표율(17대 이명박 당선 때의 63.3%) 같은 역사적 자료, 후보자가 1명일 때의 당선 조건(유권자 3분의 1 이상 득표)을 묻는 관련 상식, 하와이에서 서거할 때까지 곁을 지킨 이승만 대통령의 반려견 해피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두루 담겨 있다.
     
    한국에선 이런 정치 관련 트리비아(하찮은 일반 상식) 서적조차 드물지만 미국에선 트리비아로 퀴즈를 푸는 게 하나의 정치문화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사소하고 하찮다는 트리비아의 원래 뜻과 달리 흥미진진한 역사가 이 속에 담겨 있기에 묻고 답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국가 지도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다. 혹자는 미국은 사랑할 만한 대통령을 뒀으니 자꾸 되새기며 더욱더 사랑하게 되겠지만 우리는 그럴 만한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큰 업적을 세우고 많은 추종자를 둔 대통령조차 국민의 절반으로부터는 끝내 지지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애를 하든 아이를 키우든 사랑을 해보면 안다. 좋아서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관심을 기울일수록 사랑할 만한 구석이 보인다는 걸. 설령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새 대통령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먼저 사랑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국민 모두가 대통령을 사랑하면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이뤄 내는 대통령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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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10 03:1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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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트에 대한 행동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그곳`

    범죄자의 도피처, 강력범죄의 온상, 경찰도 믿지 못하는 불안한 치안, 여기에 테러 위협까지…. 
    우리가 필리핀을 떠올릴 때 즉각 따라붙는 온갖 부정적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은 분명 한국인이 사랑하는 나라다. 이 나라를 찾는 외국인 4명 중 1명이 한국인으로, 매년 외국인 방문객 가운데 단연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아열대성 기후에 크고 작은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 나라에 걸맞게 지금까지는 보라카이·세부 같은 해변 휴양지를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나 골프를 즐기는 성인 남성 관광객 수요가 많았다. 최근 필리핀은 이와 다른 컨셉트의 여행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유유자적한 자유를 누리는, 이른바 웰빙 투어다. 
    굳이 무슨 해양스포츠를 하거나 관광을 하지 않아도 여자들끼리도 얼마든지 싸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먹고 즐길 수 있는 그런 휴식같은 여행 말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필리핀에서 그게 가능하다고? 물론이다. 
    소냐스가든에서 스파 받으러 들어가는 길. 무려 2 헥타르(1만㎡)에 달하지만 골목이 아기자기해 오히려 아담하게 느껴진다.

    소냐스가든에서 스파 받으러 들어가는 길. 무려 2 헥타르(1만㎡)에 달하지만 골목이 아기자기해 오히려 아담하게 느껴진다.

     
    한시간 거리의 다른 세상
    휴양지로의 환승을 위해, 혹은 카지노나 골프를 즐기려고 마닐라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빈약한 인프라와 열악한 치안 상태에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웬만한 호텔이나 쇼핑몰에 들어갈 때마다 보안 점검대를 통과해야 할 정도니 말이다. 사실 떠나기 전이 더 두려운 지도 모르겠다. 보라카이 같은 휴양지조차 테러 위협에 여행 유의 지역 아닌가. 
    하지만 마닐라 남쪽으로 1~2시간만 달리면 영화 '마스터'가 보여줬던 마닐라 빈민굴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요즘 한국에선 만나기 힘든 새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 기분좋은 햇살은 기본. 이토록 싼 값에 이렇게 과한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은, 천국 같은 휴양지가. 
    화산 안에 호수가, 그 안에 화산이 있는 타알화산. 활화산이다.

    화산 안에 호수가, 그 안에 화산이 있는 타알화산. 활화산이다.

    바로 카비테 주 타가이타이 시에 있는 타알호수 인근 휴양지다. 타가이타이는 화산 폭발로 호수가 만들어지고 다시 폭발이 일어나 분화구 안에 다시 작은 분화구가 생긴, 다시 말해 세계 유일의 화산 속 화산 타알화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발 700m 구릉지대라 마닐라보다 시원해 주말이면 가족 단위 휴양객이 필리핀 전역에서 모여든다. 
    그 흔한 해변 하나 없지만 잘 가꾼 정원 속에 콕콕 박힌 유명한 리조트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소냐스 가든(Sonya's Garden)이다. 
     
    정원에서 행복을 찾다 
    소냐스 가든은 이름 그대로 소냐의 정원이다. 영국 유학파 출신으로 1964년부터 20여 년 간 필리핀내셔널뱅크(PNB)에서 근무한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인 소냐 가르시아가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정원을 생각하며 만든 공간이다. 1998년 레스토랑(Sonya's Secret Cottage Restaurant)을 시작으로 2002년 현재의 영국식 B&B(베드&브랙퍼스트) 컨셉트의 리조트를 공개했다. 2008년 스파까지 문을 열며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 
    소냐스가든에서 만난 소냐 가르시아. 불쑥불쑥 튀어나와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잘 나가는 뱅커였지만 '행복해지고 싶어' 소냐스가든을 열었다. CNN과 인터뷰하기도 했다. 

    소냐스가든에서 만난 소냐 가르시아. 불쑥불쑥 튀어나와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잘 나가는 뱅커였지만 '행복해지고 싶어' 소냐스가든을 열었다. CNN과 인터뷰하기도 했다.

    소냐는 한적한 시골에 이런 B&B를 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문뜩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행복한 기억을 찾다보니 그게 정원이었다. "
    결코 돈 많은 귀부인이 노년의 취미생활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표현하는 가식이 아니다. 소냐스 가든에 일단 발을 디디면 어디서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소냐와 마주친다. 정말 행복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붙인다. 그렇다고 적당히 아무거나 걸친 푸근한 동네 할머니를 떠올려선 안된다. 흰색 숏팬츠를 멋스럽게 소화하는 스타일만 봐도 그의 남다른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소냐스가든 온실 안에 놓인 의자. 

    소냐스가든 온실 안에 놓인 의자.

    무려 2헥타르(2만㎡)에 달하는 정원 곳곳은 물론 이 넓은 공간 안에 동화처럼 자리잡은 22개의 오두막집(빌라)에서 안주인의 세련된 안목을 목격할 수 있다.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다 
    체크인을 기다리다 리셉션 데스크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냐는 "이곳엔 에어컨처럼 자연을 해치는 기구는 없고 식재료는 모두 이곳 농장에서 기른 유기농"이라고 자랑했다. 분명 자랑인데 불안했다. 음식은 그렇다치고 한낮에 섭씨 30도가 훌쩍 넘는 더위에 에어컨 없는 방에서 자라고? 
    단 하루를 머물러도 이곳에선 내가 주인이다. '프라이빗(사유지)' 표지가 붙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 오두막이 나온다. 

    단 하루를 머물러도 이곳에선 내가 주인이다. '프라이빗(사유지)' 표지가 붙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 오두막이 나온다.

    소냐스 가든은 영국식 B&B에서 컨셉트를 따왔지만 묵는 공간은 완전히 다르다. 좁은 방 한 칸이 아니라 집 한채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오두막집 크기는 모두 제각각으로 2~6명이 한 빌라에 같이 묵을 수 있는데, 모두 독립된 공간이라 이곳에선 단 하루를 묵어도 주인이 된다. 내가 묵은 곳은 '프라이빗(사유지)'이라는 표지가 붙은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리코리쉬(감초)'라고 이름 붙인 2층 집이었다. 
    소냐스가든은 호텔 건물 안에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식이 아니라 허브 이름을 딴 독채 오두막집을 독립적으로 이용한다. 

    소냐스가든은 호텔 건물 안에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식이 아니라 허브 이름을 딴 독채 오두막집을 독립적으로 이용한다.

    방에 들어가니 정말 에어컨이 없었다. 심지어 냉장고도 없었다. TV는 있을 턱이 없고, 전화조차 없었다. 그래도 기분 좋게 놀랐다. 처음엔 방이 너무 예뻐서 놀라고 그 다음엔 관리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한번 더 놀랐다. 
    빳빳하게 풀 먹인 침대보와 레이스 테이블보, 독특한 가구까지…. 싼 값에 비해 너무나 우아한 인테리어에 감탄하게 된다. 

    빳빳하게 풀 먹인 침대보와 레이스 테이블보, 독특한 가구까지…. 싼 값에 비해 너무나 우아한 인테리어에 감탄하게 된다.

    주말이래야 식사를 모두 포함한 하룻밤 가격이 3400페소(1인당 7만 8000원)에 불과한데 빳빳하게 풀 먹인 새하얀 침대보 하며,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레이스 커튼이라니. 세면대와 샤워실에서까지 푸른 녹음을 볼 수 있게 야외 공간을 실내로 끌어들인 화장실도 인상적이었다. 
    소냐스가든 오두막집은 화장실조차 어두컴컴한 실내가 아니라 야외와 연결된다. 

    소냐스가든 오두막집은 화장실조차 어두컴컴한 실내가 아니라 야외와 연결된다.

    하룻밤을 자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에어컨이 없어 창문을 열어놓은 덕분에 새소리에다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며 잠에서 깼다. 
    소냐스가든엔 TV는커녕 에어컨도 없다. 덕분에 창문을 열고 자면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소냐스가든엔 TV는커녕 에어컨도 없다. 덕분에 창문을 열고 자면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인근 리조트보다 싼 값에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소냐스 스파. 

    인근 리조트보다 싼 값에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소냐스 스파.

    소냐스 가든은 꼭 이곳에서 잠을 자지 않더라도 스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많이들 찾는다. 인근 너처 웰니스 빌리지에선 90분짜리 필리핀 전통 전신 마사지 가격이 1800페소(4만1000원)인데, 여기서는 그 절반 가격 정도밖에 안된다. 
    소냐스가든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 계곡에 있는 전용 수영장. 

    소냐스가든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 계곡에 있는 전용 수영장.

    이곳에 머물며 싼값에 맘껏 스파를 받아도 좋지만 사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묘미다. 그저 하릴 없이 산책을 하거나 너무 더우면 자동차로 5분 거리(직원에게 부탁하면 데려다준다)에 있는 계곡 수영장에서 수영을 해도 좋다. 아니라면 요즘 전세계적으로 유행인 팜투테이블(인근 농장에서 키운 채소로 음식 내기)을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는 정원 속 농장을 구경하는 것도 색다르다. 
    투숙객은 직원에게 요청하면 언제든 무료로 농장 투어를 하며 방울토마토 등 이곳에서 기르는 채소를 맘껏 따서 가져갈 수 있다. 오전에 파슬리 따러 나가는 셰프를 따라 나서보니 온실 속엔 다양한 향신료용 허브나 샐러드용 채소가 넘쳤고, 패션푸루트나 아보카도, 망고 같은 열대과일이 매달린 나무 구경하는 재미도 좋았다. 
    소냐스가든 뷔페에서 직접 담은 샐러드. 인근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 과일·채소들이다. 

    소냐스가든 뷔페에서 직접 담은 샐러드. 인근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 과일·채소들이다.

    소냐스가든 식당 바로 옆에는 먹을 수 있는 꽃이 피어 있다. 바로 따다가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된다. 

    소냐스가든 식당 바로 옆에는 먹을 수 있는 꽃이 피어 있다. 바로 따다가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된다.

     
    외국인 적어 싼값은 매력
    아쉬운 건 역시 인프라였다. 마닐라 도심에서 자동차로 1~2시간이면 거리도 그리 멀지 않은데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 차를 렌트해서 가거나 택시를 대절해야 하는데 초행길이라면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외국인 관광객보다 필리핀 내국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덕분에 숙소든, 스파든,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든 값은 싸다. 아직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 싶다. 
    타가이타이=글·사진 안혜리 기자 ahn.ha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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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08 09:3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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