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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 한국인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뭐든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경험은 늘고 호기심은 줄기 때문이다. 여행도 딱 그렇다. 경험 많은 여행자일수록 단순히 유명 관광지 앞에서 인증샷 하나 찍는 '확인 여행'에선 별다른 감흥을 못느낀다. 그보다는 오히려 잘 몰랐기에 더 알고 싶고 궁금해지는 곳으로 떠나는 '발견 여행'에 더 끌린다. 일본의 4개 주요 섬 가운데 가장 작고 낙후된 섬 시코쿠(四國)는 그런 노련한 여행자에게 더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의 정원문화재 가운데 가장 넓다는 시코쿠 가가와현 다카마쓰에 있는 리쓰린 공원. 상투적이지만 "그림 같다"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일본의 정원문화재 가운데 가장 넓다는 시코쿠 가가와현 다카마쓰에 있는 리쓰린 공원. 상투적이지만 "그림 같다"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시코쿠는 도쿄나 쿄토 등 혼슈의 대도시들뿐 아니라 북단 홋카이도(北海道)나 남단 규슈(九州)의 여느 지역과 비교해봐도 한국인에게 낯선 곳이다. 비록 짧은 일정이고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닌 7월초이긴 했지만 다니면서 단 한번도 한국인과 마주치지 않았을 정도다. 
황폐한 섬마을 전체를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세계적 명소로 거듭난 나오시마(直島) 덕분에 최근 몇년새 시코쿠 가가와현의 현청소재지인 다카마쓰(高松)가 꽤 이름을 알리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나오시마라는 뚜렷한 목적지가 있기에 다카마쓰 국제공항에 내려 배 타고 나오시마 들렀다가 다카마쓰로 다시 나와 사누키 우동 한 그릇 먹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천편일률적인 일정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렇게 다카마쓰를 '찍고' 돌아오기엔 아쉽다. 다카마쓰는 물론이요, 인근 도쿠시마 현의 나루토 등 알면 알수록 발견의 재미를 주는 곳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시코쿠. 가가와·도쿠시마·고치·에히메 4개 현으로 이뤄져 있다. 

시코쿠. 가가와·도쿠시마·고치·에히메 4개 현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이야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나 역시 2015년초 처음 다카마쓰에 갔을 땐 오로지 나오시마에만 관심이 있었다. 나오시마가 워낙 궁금하기도 했고, 기대 이상으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나오시마의 매력에 압도되어 다카마쓰엔 눈길도 잘 가지 않았다. '다카마쓰가 뭐 별 건가, 사누키 우동의 고향이라니 우동 맛 한번 보면 그만이지' 싶었다. 항구에서 가까운 일본 특별명승지라는 리쓰린공원(栗林公園)조차 아름답긴 했지만 대단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리쓰린 공원에 잘 오셨습니다'란 문구를 쓴 부채를 든 한국어 자원봉사자. 한국어가 조금 서툴긴 했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았다. 

'리쓰린 공원에 잘 오셨습니다'란 문구를 쓴 부채를 든 한국어 자원봉사자. 한국어가 조금 서툴긴 했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았다. 

목적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경험이 달라서일까.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 애초에 다카마쓰에서 가까운 섬 나오시마는 빼고 오로지 시코쿠의 작은 도시들만 돌겠다고 마음 먹으니 모든 게 달리 보였다. 두번째 간 리쓰린 공원도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리쓰린 공원은 일본에서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24개 정원 중에 가장 넓은 곳이다. 이 안에 6개의 연못과 13개의 인공 산이 있다.
리쓰린 공원 안의 몇몇 다실(茶室) 중 하나인 기쿠게쓰테이에서 말차를 마실 수 있다. 

리쓰린 공원 안의 몇몇 다실(茶室) 중 하나인 기쿠게쓰테이에서 말차를 마실 수 있다. 

처음 갔을 땐 바람이 부는 겨울이라 그런지 그저 잘 꾸며놓은 분재 속을 거니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런 느낌이 잘못된 건 아니다. 밤나무숲(栗林)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 곳은 소나무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데, 1400여 그루 소나무 중 1000여 그루가 전문가 손으로 다듬어진 분재송이니 말이다. 
한국어로 공원 곳곳을 안내하는, 역시나 한류에 관심 많아 한글을 배우게 됐다는 아주머니 자원봉사자로부터 재미난 사연과 모양을 가진 각종 소나무 설명을 듣는 것도 물론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번엔 리쓰린 공원 안의 몇몇 다실(茶室) 중 하나인 기쿠게쓰테이(?月亭)에서 일본식 정원과 연못을 보며 마신 말차가 일품이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장소에서 말차를 마셨다. 하지만 그때는 그림같은 풍경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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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쓰린 공원 속 연못에선 뱃사공이 들려주는 해설을 들으며 뱃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리쓰린 공원 속 연못에선 뱃사공이 들려주는 해설을 들으며 뱃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그렇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림같은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원래 기쿠게쓰테이 바로 앞 연못에선 뱃사공이 모는 뗏목을 타고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번 방문 땐 세찬 바람 탓에 배가 뜨지 못했고, 풍경을 완성하는 연못 위 뗏목을 구경할 수 없었다. 
이번엔 달랐다. 연못 위의 조각배 한 척, 아니 배를 탄 남녀 커플이 이 산수화에 완벽한 방점을 찍었다. 비록 인공으로 꾸민 것이라고는 하나 공원 안의 초록은 너무나 선명하고 매혹적이라 이곳에선 소나무와 정자뿐 아니라 사람까지 단번에 그림 속 주인공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리쓰린 공원을 가면 좋은 게 공원 뿐 아니라 공원 근처의 유명 우동 맛집까지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 '사누키 우동'의 고향인 이곳 가가와현 다카마쓰에서도 손꼽히는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가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 '사누키 우동'의 고향인 이곳 가가와현 다카마쓰에서도 손꼽히는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다카마쓰가 있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岐). 그렇다. 이곳은 그 유명한 사누키 우동의 고향이다. 비록 평소 우동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본 3대 우동의 하나인 사누키 우동은 한 번 맛봐야 하지 않겠나. 마침 리쓰린 공원 근처에 유명 맛집인 우에하라야(上原屋) 본점이 있다. 우동 온도와 국물 먹는 방식, 그리고 같이 먹는 튀김까지 직접 고르는 일종의 셀프 우동집인데, 가성비 좋은 곳으로 이름 높다. 우동도 우동이지만 튀김이 종류가 많고 맛도 좋다. 
사누키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우동 온도와 국물 따르는 방식은 물론 같이 먹는 튀김과 어묵까지 전부 셀프로 고른다. 내 입맛엔 우동보다 튀김 맛이 더 좋았다. 

사누키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우동 온도와 국물 따르는 방식은 물론 같이 먹는 튀김과 어묵까지 전부 셀프로 고른다. 내 입맛엔 우동보다 튀김 맛이 더 좋았다. 

다카마쓰는 이렇게 매력적이지만 사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움을 발견한 곳은 사실 다카마쓰가 아니라 가가와현 동쪽 도쿠시마(德島)현에서였다. 전세계 명화란 명화는 모조리 카피해서 한 데 모아놓은 기발한 미술관이나 바다 속 소용돌이라는 기이한 자연현상. 여기에 연꽃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낯선 풍경까지. 
이동 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연꽃밭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장관이었다. 서울에선 어디 고궁 연못에서나 볼 수 있는 연꽃이 도로 옆에 끝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도쿠시마가 원래 연근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차창밖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연꽃밭. 도쿠시마 특산품 중 하나가 이 연꽃밭에서 나오는 연근이다. 

차창밖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연꽃밭. 도쿠시마 특산품 중 하나가 이 연꽃밭에서 나오는 연근이다. 

사실 도쿠시마 나루토에 있는 오츠카국제미술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산을 뚫고 지은 특이한 미술관이라는 점이 끌리긴 했지만 가짜를 돈 주고 보는 게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도쿠시마현 나루토에 있는 오츠카국제미술관. 독특한 산 속 미술관이다. 

도쿠시마현 나루토에 있는 오츠카국제미술관. 독특한 산 속 미술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은 예상대로였고, 나머지 절반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오츠카 제약그룹이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1998년 설립한 오츠카국제미술관은 전세계 25개국 190여 개 미술관이 소장한 명화 1000여 점을 원본과 똑같은 사이즈로 재현해놓았다. 가령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을 그대로 갖다놨고, 사진촬영조차 금지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피카소의 명작 '게르니카'도 있다. 
하지만 진짜와 가짜의 감동 차이는 역시 클 수밖에. 게다가 미국과 유럽에서 꽤 많은 진품을 본 탓인지 사실 아무리 원본과 똑같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실망스러웠다. 
딱 하나 흥미로웠던 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었다. 마주보는 자리에 복원 전 모습과 복원 후 모습을 같이 두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 가도 이젠 복원 후의 '최후의 만찬'밖에는 볼 수 없지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 오츠카국제미술관에서 복원 전후의 작품 모두를 감상할 수 있다.  
오츠카미술관에 있는 '최후의 만찬' 중 예수의 모습. 왼쪽이 복원 전이고 오른쪽이 복원후다. 

오츠카미술관에 있는 '최후의 만찬' 중 예수의 모습. 왼쪽이 복원 전이고 오른쪽이 복원후다. 

하지만 솔직이 이 미술관보다 나루토 소용돌이가 정말 흥미로웠다. 
미술관 인근의 나루토공원 옆 나루토해협 한가운데의 나루토(鳴門) 소용돌이(渦潮·우즈시오)는 자연 그 자체의 신비에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 3대 소용돌이 중 하나로 꼽힌다. 넓이 1.3㎞의 좁은 나루토해협은 조수 간만 차이 때문에 혼슈·규슈·시코쿠에 둘러싸인 내해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와 나루토해협 급류가 만나는 곳에 최대 1.7m의 낙차가 생겨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그때 나타나는 게 바로 우즈시오다. 큰 조수일 때는 직경이 20m이상 달하기도 한단다.  
이날은 제대로 된 소용돌이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느 바다와는 분명 다른, 마치 일본 우끼요에 한 장면 같은 흰 파도는 볼 수 있었다. 

이날은 제대로 된 소용돌이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느 바다와는 분명 다른, 마치 일본 우끼요에 한 장면 같은 흰 파도는 볼 수 있었다. 

배를 타고 나가 오나루토교 아래 잠시 머물러 소용돌이를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내가 갔던 7월초는 바다가 대단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진 않았다. 봄 가을에 밀물 썰물 수위 차이가 커 소용돌이 크기도 큰 데 이 날은 소용돌이 감상에 그리 좋은 날은 아니었다. 이렇게 날씨와 시간에 따라 소용돌이 세기가 달라진다. 
3~4월, 시간만 잘 맞추면 오른쪽 같은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3~4월, 시간만 잘 맞추면 오른쪽 같은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소용돌이와 함께 장관을 이루는 오나루토교는 나루토(시코쿠)와 이와지시마(혼슈) 사이를 잇는 2층 다리다. 1985년 개통했는데 전체 길이는 1629m다. 위로는 차가 다니지만, 아래층에는 우즈노미치(渦노道)라고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통로로 조성돼 걸으면서도 소용돌이를 구경할 수 있다. 
나루토 소용돌이를 걸어서 볼 수 있는 오나루토교 아래의 우즈노미치.

나루토 소용돌이를 걸어서 볼 수 있는 오나루토교 아래의 우즈노미치.

 
나루토 소용돌이를 걸어서 볼 수 있는 오나루토교의 아랫층 구조. 

나루토 소용돌이를 걸어서 볼 수 있는 오나루토교의 아랫층 구조. 

꼭 소용돌이 감상이 아니더라도 해상 45m 위에서 보는 바다는 그럴듯하다. 우즈노미치 바닥엔 투명 유리가 깔린 조망대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450m를 갔다가 갔던 길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인데 원래 철로를 만들려고 했서 그런지 기차역을 걷는 느낌마저 든다. 
우즈노미치에는 이렇게 바닥을 투명 유리창으로 해놓은 조망대가 곳곳에 있다. 45m 아래 바다가 아찔하다. 

우즈노미치에는 이렇게 바닥을 투명 유리창으로 해놓은 조망대가 곳곳에 있다. 45m 아래 바다가 아찔하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다. 하나라도 더 열심히 미리 공부해야 낯선 곳을 더 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그저 새로운 자극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발견의 재미를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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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일본)=글·사진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나루토 소용돌이를 볼수있는 오나루토교의 우즈노미치에서 바라본 태평양. 

나루토 소용돌이를 볼수있는 오나루토교의 우즈노미치에서 바라본 태평양.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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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2 00:0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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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이러려고 정권을 무너뜨렸나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지난 주말 메이지유신의 주역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5~67)의 고향인 시코쿠(四國)섬 고치(高知)현에 다녀왔다. 료마는 우리에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일본에선 숱한 역사적 위인 가운데서도 단연 수퍼스타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신칸센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이곳 고치에 적잖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외국인보다는 주로 일본인들인데, 료마가 태평양 건너를 바라보며 일본땅을 벗어나 더 큰 세상을 꿈꿨다는 최남단 가쓰라하마(桂浜) 바닷가 등 곳곳에 묻어 있는 그의 흔적을 좇기 위해서다.
     
    료마는 일본이 중세 봉건국가에서 벗어나 세계와 겨루는 강대국으로 도약하게 만든 근대화의 영웅이다. 에도 막부 말기 미천한 하급 무사 집안에서 태어나 당시로선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던 탈번(고향 탈출)을 감행해 끝내 막부를 타도했으나, 정작 본인은 메이지유신 직전 암살당한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료마가 간다』와 NHK 드라마 ‘료마전’ 등이 그의 대중적 인기에 한몫하기는 했지만 그가 이처럼 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낮은 신분이나 암울한 시대에 좌절하거나 사심을 채우는 대신 스스로를 버려 일본에 미래를 선사한 인물이라는 점 말이다.
     
    료마는 썩어빠진 막부 정권이 존속하는 한 서양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걸 간파하고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정치세력을 모아 결국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렸다. 그런데 정작 유신 분위기가 무르익자 동료들에게 혁명 후 정치를 부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막부 정권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다. 세상 사람은 모두 나만큼 똑똑하기에 아무도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해 힘을 보태지 않는다. 사심을 품으면 바로 알아차린다. 오직 대의를 위해서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일본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자신을 버려가며 나라에 헌신하기는커녕 ‘자리’만 탐내는 정치 지도자가 넘쳐나는 요즘, 료마가 그리울 수밖에. 어디 일본뿐일까. 인사 난맥을 보고 있자면 오로지 ‘자리’를 위해 정권을 무너뜨렸나 싶어 하는 말이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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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05 02:2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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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망신당하면서도 청문회에 서는 심리적 이유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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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과정을 보면서 이런 궁금증을 떨치기 어려웠다. 굳이 장관 하자고 달려들지만 않았다면 온 국민이 위조 도장으로 상대방 동의 없이 허위 혼인신고를 했던 그의 젊은 날 위법행위나 아들이 저지른 고교 시절 일탈까지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다 까발려지는 고통을 겪는 대신 오히려 이번 정권 내내 영향력 있는 법학자로 품위를 지킬 수 있었을 거란 얘기다. 그런데 대체 왜.
     
    안 전 후보자에 이어 고액 자문료와 음주운전 관련 거짓말 등으로 낙마 위기에 처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보면서도 또 똑같은 의문이 들었다. 송 후보자는 해군참모총장까지 역임한 성공한 군인이었고, 퇴임 후에는 그의 표현대로 “서민들은 모르는 세계”에 들어가 단 2년 만에 10억원 을 챙길 정도로 성공적인 경제생활을 했다. 굳이 장관 자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 서기로 마음먹지만 않았다면 명예는 명예대로 간직하면서 경제력 면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계속 살았을 거다. 그런데 이제 야당으로부터 “낙마 정도가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는 비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제기된 다른 각종 의혹은 차치하고 드러난 사실만으로 얼마든지 망신당할 수 있는 흠결인데도 장관직 제의를 수락한 게 보통 사람 입장에선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체 왜.
     
    망신당할 줄 알면서도 일단 장관이 되기만 하면 얻게 될 실질적 혜택이 너무 커서 그런 선택을 했다면 더 붙일 말이 없다. 하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우리 뇌 속에서 벌어지는 기억과 망각에 그 답이 있다. 기억, 특히 자신과 관련된 기억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되기 쉽다. 『생각의 역습』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 뇌는 지나간 사건을 원형 그대로 기억하는 데 취약한 반면 원하는 대로 해석하는 데 탁월하다’고.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는 한껏 포장하고 과오는 별것 아닌 것으로 축소하는 기억의 왜곡 탓에 누구나 이처럼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잊고 싶은 건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망각도 한몫한다. 음주운전 전력을 묻는 국회 청문위원의 서면 질의에 송 후보자가 처음에 “없다”고 답했던 게 사실 은폐를 위한 거짓말인지, 아니면 단순한 망각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된 의도된 거짓말이 아니라 단순한 망각이라도 문제는 있다. 『망각의 기술』의 이스쿠이에르두가 말했듯 “무엇을 기억하느냐만큼 무엇을 잊느냐 또한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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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6.28 02:0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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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럭셔리 북한 여행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잊지 못할 경험(Unforgettable Experience and Close Access)’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journeys to another world)’….
     
    근사한 사진과 함께 이런 가슴 설레는 문구로 사람을 유혹하는 이곳은 어딜까. 뜻밖에도 예측불허 김정은의 나라 북한이다.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송환됐다가 끝내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관광을 떠났던 바로 그 북한 말이다. 미국에선 웜비어가 겪은 끔찍한 비극을 계기로 북한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럽은 물론 미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들조차 여전히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멋스러운 카피와 사진으로 지금 이 순간도 북한에 갈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북한을 찾는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는 데는 이런 여행사들의 역할이 컸다. 스웨덴의 한 북한 전문 여행사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당장 7월 6일 떠나는 일정을 비롯해 1년에 무려 33차례의 단체관광을 진행하고 개별여행 상품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웜비어 소식이 알려진 뒤 “애초에 위험한 지역으로 여행한 게 잘못”이라는 식의 비판도 있었다. 여기엔 “가기 힘든 곳을 구태여 찾아가서 화를 자초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통일부 대변인 역시 올초 북한 관광객 증가 보도에 “극한지역 마니아”라고 한정했다. 마치 탐험가가 오지에 가듯 극소수만이 관심을 갖고 북한을 찾는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가기 쉬운 데다 비싸도 매력적인 곳으로까지 과대포장되어 있다. 2016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럭셔리 트래블 콘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솔직히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교관이 직접 나와 민간 우주여행을 준비 중인 버진 갤럭틱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 등 공식 행사가 아니었다. 점심 테이블에서 만난 세계 각국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북한 여행이 얼마나 쉬운지를 확인한 것이었다. 이날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은 1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북한 여행 경험자였다. 3성급 호텔에서 3박4일 묵는 개인 일정이 1460유로(약 185만원)나 하는 럭셔리 여행인데도 거리낌없이 다녀온다. 심지어 홍콩에 사는 영국인은 미성년자 아들을 포함해 온 가족이 북한에 여행 다녀온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여행사들이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땅에 온갖 미사여구로 관광객을 끌어들인 대가를 웜비어와 그 가족이 치렀다. 이런 식의 ‘잊지 못할 여행’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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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6.21 02:1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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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웜비어 사망에도 계속되는 럭셔리 북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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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못할 경험(Unforgettable Experience and Close Access)''미지의 세계로의 여행(journeys to another world)''오직 하나뿐인 행선지(unique destination)'….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이 회사는 현지 사진작가와 협업해 질 높은 여행사진을 제공하는 걸로 유명하다) 뺨치는 근사한 사진과 함께 이런 가슴 설레는 문구로 사람을 유혹하는 이 곳은 어딜까. 
    뜻밖에도 예측불허 김정은의 나라 북한이다. 억류 17개월만에 혼수상태로 고국에 송환됐다가 끝내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2016년 1월 멋모르고 관광을 떠났던 바로 그 북한 말이다. 
    북한에서 혼수상태로 석방돼 6월 13일 고향 신시네티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19일 끝내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북한에서 혼수상태로 석방돼 6월 13일 고향 신시네티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19일 끝내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선 웜비어가 겪은 끔찍한 비극을 계기로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럽은 물론 미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들조차 여전히 홈페이지를 통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멋스런 카피와 사진으로 지금 이 순간도 북한에 갈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의 한 북한 전문 여행사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쳐]

    미국의 한 북한 전문 여행사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쳐]

    최근 북한을 찾는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는 데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노력만큼이나 이런 여행사들의 역할이 컸다. 유럽 최대의 북한 전문 여행사인 스웨덴의 한 업체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당장 7월 6일 떠나는 일정을 비롯해 1년에 무려 33차례의 단체관광을 이미 진행했거나 할 계획이고, 혼자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개별여행 상품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스웨덴의 한 북한 전문 여행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단체여행 일정. [사진 홈페이지 캡쳐]

    스웨덴의 한 북한 전문 여행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단체여행 일정. [사진 홈페이지 캡쳐]

    웜비어 소식이 알려진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애초에 위험한 지역으로 여행한 게 잘못"이라는 비판도 일부 있었다. 여기엔 "가기 힘든 곳을 구태어 찾아가서 화를 자초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통일부 대변인 역시 올초 북한관광이 늘고 있다는 보도에 "(북한 관광객은) 극한지역 마니아"라고 한정했다. 마치 탐험가가 오지에 가듯 극소수만이 관심을 갖고 북한을 찾는다는 뉘앙스다.  
    2016년 1월 북한에 관광을 갔다가 체제전복혐의로 재판을 받고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2016년 1월 북한에 관광을 갔다가 체제전복혐의로 재판을 받고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클릭 한번으로 신청할 수 있을만큼 생각보다 가기 쉬운 데다 비싸도 매력적인 곳으로까지 과대포장되어 있다. 2016년 11월 뉴욕타임스가 싱가포르에서 연 '럭셔리 트래블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솔직히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교관이 직접 나와 민간 우주여행을 준비중인 버진 갤럭틱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 등 공식 행사가 아니었다. 컨퍼런스 중간 점심 테이블에서 만난 세계 각국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북한여행이 얼마나 쉬운 지를 확인한 것이었다.  
    이날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은 1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북한 여행 경험자였다. 베이징에서 출발해 3성급 호텔에서 3박4일 묵는 개인 일정이 1460유로(185만원)나 하는 '럭셔리' 여행인데도 거리낌없이 다녀들 왔다. 관광업계, 특히 이색경험을 내세우는 럭셔리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여행 좀 다녀봤다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팔기에 다 가능한 얘기다. 심지어 홍콩에 사는 영국인은 미성년자 아들을 포함해 온 가족이 북한에 여행 다녀온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들은 다행히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여행사들이 온갖 미사여구로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땅에 관광객을 끌어들인 대가를 웜비어와 그 가족이 치렀다. 이런 식의 '잊지못할 여행'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북한은 그저 색다른 티베트나 부탄과는 다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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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6.20 17: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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