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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비밀의 숲에 없는 것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스포일러 주의) 전쟁영화가 아니라는 전쟁영화 ‘덩케르크’는 뭘 기대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는 작품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관객을 덩케르크 해변으로 데려가길 원했다”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바람만은 제대로 구현되었다는 점이다. 바로 옆에서 아군 병사가 적군의 폭격에 죽어 나가도 누구 하나 절규하기는커녕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엎드리고 달리고 배에 오르고 다시 바다에 뛰어드는 병사들을 보며 관객 역시 자신도 모르게 덩케르크 해변을 탈출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게 되니 말이다. 오죽하면 “보고 나니 몸이 힘들다”는 영화 후기가 이어질 정도일까.
 
이 영화엔 꼭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야 할,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관객이 눈물을 쏟아내야 마땅한 병사 개개인의 안타까운 사연은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병사들은 이름조차 불리지 않는다. 전쟁의 비극과 잔혹함을 드러내기 위해 감정을 쥐어짜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관객은 전쟁의 공포를 온몸으로 체험한다. 전쟁의 비극(적인 사연)을 감정과잉으로 부추기는 대신 극도로 절제하기에 오히려 전쟁의 비극성을 더 극적으로 전달하는 셈이다.
 
시청률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큰 화제 속에 종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도 비슷하다. 전쟁물과 추리물이라는 장르물의 클리셰를 뒤엎었다는 점 외에 두 작품은 불필요한 감정을 거둬내 더 큰 감정을 자극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심지어 ‘비밀의 숲’에서 비밀을 파헤치는 황시목 검사(조승우 분)는 아예 어릴 적 뇌 수술로 감정이 없는 인물이다. 불의에 분노하고, 그러기에 무모할 정도로 정의감이 넘치던 기존 범죄물 주인공과 달리 감정이 배제된 인물이기에 오히려 정의로움이 무엇인지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의 핵심을 가장 잘 드러낸 장면은 사회정의를 구현하겠다며 살인도 불사하다 스스로 목숨을 던진 이창준 수석을 황 검사가 “시대가 만든 괴물”로 담담하게 평가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불필요한 분노의 감정을 끌어내지 않기에 오히려 시청자는 불의에 분노하고 정의가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어디 영화와 드라마뿐일까. 절제하기에 분명하게 메시지를 드러내는 두 작품을 보며 절제의 미덕을 다시 생각해 본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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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8.02 01:0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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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커피왕의 죽음, 그리고 오뚜기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커피왕의 죽음. 25일 출근길 직장인들을 가장 놀라게 한 뉴스는 바로 ‘커피왕’으로 불리던 강훈 KH 컴퍼니 대표의 자살 소식이 아니었나 싶다. 강훈이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은 있어도 할리스와 카페베네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1992년 신세계 공채 1기 출신의 평범한 회사원이던 강 대표는 97년 스타벅스 론칭 멤버로 커피와 처음 인연을 맺은 후 회사를 나와 할리스와 카페베네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명성을 얻었다. 2010년엔 아예 본인 이름을 딴 KH 컴퍼니를 세우고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노린 ‘망고식스’를 내놓았다. 망고식스는 그의 야심대로 초반 돌풍을 일으켰으나 고전 끝에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승승장구하며 성공의 질주를 하던 인물이 단 한 번의 실패 앞에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이다.
     
    알려진 이력 외에 그의 인생을 잘 모른다. 평소 어떤 성격이었는지 또 최근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함부로 가늠하고 재단하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며 어쩌면 성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회복 탄력성이란 쉽게 말하면 오뚝이 정신이다. 실패하고 넘어져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꾸만 다시 일어서는 그 오뚝이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큰 좌절에도 주저앉지 않고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기는커녕 사소한 실패조차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람이 넘쳐난다. 이상하게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왜일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실패 결핍’이 빚어낸 부작용으로 분석한다. 학업 면에선 누구보다 똑똑한데 일상생활의 기본적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고 하버드와 스탠퍼드 등 미국의 명문 대학 교수들이 10여 년 전 만든 말로, 지금 우리 사회는 이처럼 성공의 기억만 있고 실패의 경험이 없어 쉽게 좌절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뚝이는 숱하게 고꾸라지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인데 아예 넘어져 본 경험이 없으니 다시 일어설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최근 오뚝이에서 따온 기업 ‘오뚜기’가 이래저래 화제다. ‘착한 기업’으로 사랑받으며 최근 청와대의 대기업 행사에까지 초청받았다. 오뚜기를 볼 때마다 오뚝이 정신까지 한번 되새겨 보면 어떨까.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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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26 02: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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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에어컨 죄의식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온 국민이 집단 죄의식에 빠지는 시기가 돌아왔다. 바로 지금, 에어컨 켜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무더운 한여름 말이다. 폭염에다 전기료 요금폭탄으로 고통받았던 지난해 여름 누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용기 내서 에어컨을 틀었는데, 경찰이 들이닥칠 것 같은 이 죄의식은 뭐지”라고 쓴 걸 보고 마치 내 얘기인 것 같아 혼자 피식 웃은 적이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내년 여름엔 죄의식 없이 에어컨 좀 틀어보자”고도 했다.
     
    정부가 2016년 12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여 요금 단가 차이를 11.7배에서 3배로 축소하면서 요금폭탄 이슈는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머릿속 깊숙이 뿌리박힌 이놈의 ‘에어컨 죄의식’은 올해도 사라질 줄 모르고 이어진다. 어릴 때부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비싼 전기 펑펑 쓰는 게 웬말이냐”는 교육을 받아온 데다 좌우 정권 불문 모든 정부가 에어컨 트는 걸 죄악시하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심지어 올해는 청와대 회의에서 (시원한) 한산모시 입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옷 한 벌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한산모시 한 필 가격이 무려 70만원에 이르는데도 에어컨 트는 것보다는 더 나은 모양이다.
     
    하지만 인정하자. 사계절이 있어 다들 착각하는 모양인데 한국은 부채나 선풍기로 버티기엔 정말 더운 나라다. 그리고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올 들어 경주의 한낮 기온은 39.7도까지 올랐고, 서울의 열대야는 기록적 더위라던 2016년보다 열흘이나 빠른 7월 11일 벌써 찾아왔다. 오죽하면 한국에 부임한 모 중동 외교관이 “(서울이) 더 덥다”(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페이스북 인용)고 했을까. 이 외교관이 더 덥다고 느낀 건 높은 건물 안 온도 탓이다. 28도 아래로 에어컨 온도를 맞출 수 없는 공공건물은 물론이요 상점까지 눈치 보며 에어컨을 틀어야 하니 말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수력원자력의 날치기 이사회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하면서 2년 전 예측보다 무려 10% 줄어든 2030년 전력 수요 수치를 내놓았다. 누구라도 싼값에 에어컨 쓸 수 있는 수요를 상정하는 대신 혹시라도 온 국민이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사는 걸 상정한 예상치일까봐 덜컥 겁이 난다. 설마, 아니겠지.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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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9 02: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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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 한국인 발길 뜸한, 색다른 일본의 멋과 맛

    경험 많은 여행자일수록 단순히 유명 관광지 앞에서 인증샷 하나 찍는 ‘확인여행’에선 별다른 감흥을 못 느낀다. 그보다는 오히려 잘 몰랐기에 더 알고 싶고 궁금해지는 곳으로 떠나는 ‘발견여행’에 더 끌린다. 일본의 4개 주요 섬 가운데 가장 작고 낙후된 섬 시코쿠(四國)는 그런 노련한 여행자에게 더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곳이다.
     
    황폐한 섬마을 전체를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세계적 명소로 거듭난 나오시마(直島) 덕분에 최근 몇 년 새 시코쿠 가가와현의 현청 소재지인 다카마쓰(高松)가 꽤 이름을 알리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다카마쓰 국제공항에 내려 배를 타고 나오시마에 들렀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렇게 다카마쓰를 ‘찍고’ 돌아오기엔 아쉽다. 다카마쓰는 물론이요, 인근 도쿠시마현의 나루토 등 발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원문화재 가운데 가장 넓다는 리쓰린 공원. 상투적이지만 ?그림 같다?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일본의 정원문화재 가운데 가장 넓다는 리쓰린 공원. 상투적이지만 ?그림 같다?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나오시마로 떠나는 다카마쓰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리쓰린(栗林) 공원도 그중 하나다. 리쓰린 공원은 일본에서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24개 정원 중 가장 넓은 곳으로, 6개의 연못과 13개의 인공산이 있다.
     
    밤나무숲(栗林)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곳은 소나무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데, 1400여 그루의 소나무 중 1000여 그루가 전문가 손으로 다듬어진 분재송이다.
     
    한국어로 공원 곳곳을 안내하는, 역시나 한류에 관심이 많아 한글을 배우게 됐다는 아주머니 자원봉사자로부터 재미난 사연과 모양을 지닌 각종 소나무 설명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리쓰린 공원 안의 다실(茶室) 기쿠게쓰테이(?月亭)에서 마신 말차가 가장 인상적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풍경 덕분이었다.
     
    연못 위의 조각배 한 척, 아니 배를 탄 남녀 커플이 멋진 산수화를 완성했다.
     
    사누키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우동 온도와 국물 따르는 방식은 물론 같이 먹는 튀김과 어묵까지 전부 셀프로 고른다.

    사누키 우동 맛집인 우에하라야 본점. 우동 온도와 국물 따르는 방식은 물론 같이 먹는 튀김과 어묵까지 전부 셀프로 고른다.

    리쓰린 공원에 갔다면 또 들를 곳이 있다. 우동집이다. 다카마쓰가 있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讚岐), 일본 3대 우동이라는 그 유명한 사누키 우동의 고향이다. 리쓰린 공원에서 5분 거리에 유명 맛집 우에하라야(上原屋) 본점이 있다.
     
    다카마쓰가 있는 가가와현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도쿠시마(德島)현 나루토의 오쓰카 국제미술관에 가는 길, 차창 밖으로 연꽃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낯선 풍경이 우선 호기심을 자극했다. 알고보니 도쿠시마는 원래 연근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사실 오쓰카 국제미술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산을 뚫고 지은 특이한 미술관이라는 점이 끌리긴 했지만 가짜 명화가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은 예상대로였고, 나머지 절반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오쓰카제약그룹이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1998년 설립한 오쓰카 국제미술관은 전 세계 25개국 190여 개 미술관이 소장한 명화 1000여 점을 원본과 똑같은 사이즈로 재현해 놓았다. 가령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을 그대로 갖다 놨고, 사진 촬영이 금지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피카소의 명작 ‘게르니카’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원본과 똑같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실망스러웠다.
     
    딱 하나 흥미로웠던 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었다. 마주 보는 자리에 복원 전 모습과 복원 후 모습을 같이 두었기 때문이다.
     
    나루토 소용돌이를 보려면 오나루토교 옆으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나루토 소용돌이를 보려면 오나루토교 옆으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인근 나루토 소용돌이였다.
     
    나루토 해협 한가운데의 나루토(鳴門) 소용돌이(渦潮·우즈시오)는 자연 그 자체의 신비에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 3대 소용돌이 중 하나로 꼽힌다. 너비 1.3㎞의 좁은 나루토 해협은 혼슈·규슈·시코쿠에 둘러싸인 내해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와 나루토 해협 급류가 만나는 곳에 최대 1.7m의 낙차가 생겨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큰 조수일 때는 직경이 20m 이상 달하기도 한단다.
     
    배를 타고 나가 오나루토교 아래 잠시 머무르며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소용돌이와 함께 장관을 이루는 오나루토교는 나루토(시코쿠)와 아와지시마(혼슈) 사이를 잇는 2층 다리다. 85년 개통했는데 전체 길이는 1629m다. 위로는 차가 다니지만 아래층에는 우즈노미치(渦の道)라고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통로로 조성돼 걸으면서도 소용돌이를 구경할 수 있다.
     
    꼭 소용돌이 감상이 아니더라도 바닥 투명유리를 통해 해상 45m 위에서 보는 바다는 그럴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그저 새로운 자극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발견의 재미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시코쿠가 알게 해줬다.
    시고쿠 지도

    시고쿠 지도

     
    ◆여행정보
    에어서울이 인천~다카마쓰를 월·화·수·금·일 운항한다. 여러 항공사가 하루에도 몇 편씩 운항하는 간사이공항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다카마쓰에 가는 방법도 있다. 3시간30분 소요. 입장료는 리쓰린 공원 410엔, 오쓰카 국제미술관 3240엔, 나루토 관조선(원더 나루토) 1800엔, 우즈노미치 510엔.
     
    시코쿠(일본)=글·사진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취재 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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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4 01: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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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김제동 말고 이효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이제는 개그맨이나 방송인으로서의 활동보다는 정치적 발언으로 사람들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 김제동은 사실 특유의 입담으로 숱한 어록을 남겨 왔다. 나온 지 몇 년 지난 지금까지 ‘레전드’라는 이름이 붙은 채 SNS상에 떠돌아다니는 동영상이 꽤 될 정도다. ‘연애명언’ 영상도 그중 하나다. “(여자는 남자 만나러 나올 때 치장하느라 1시간반이나 쓰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한테 술값 내는 걸 아까워 말라”로 시작하는 이 강연 영상에서 김제동은 “남자는 여자 말 들으면 중간은 간다”는 식으로 연애 관련 조언을 한다. 얼핏 들으면 남자들한테 하는 쓴소리 같은데 여자인 내 입장에서 이상하게 불편했다. “여자는 오로지 감성으로 뭉쳐져 있고, 남자들처럼 이성으로 판단하고 분석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편견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서만은 아니었다. 뭐, 다 웃자고 하는 얘기니까. 그런데 이 불편함은 뭐지.
     
    최근 컴백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이효리의 화법을 보면서 비로소 이유를 깨달았다. ‘전지적 시각에서 던지는 일방적 훈계’와 ‘눈높이를 맞춰 상대 마음을 배려하는 공감’의 차이 말이다.
     
    이효리는 최근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을 통해 결혼생활을 공개하면서 만인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SNS에 누군가 “이상순을 남편으로 둬서 부럽다”는 농담 같은 진담을 쓴 걸 봤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특히 젊은 여성들은 단순히 제주도 대저택에 살며 그가 누리는 물질적 여유만이 아니라 아내를 살뜰하게 챙기고 말까지 통하는 남편을 둔 걸 더 부러워한다.
     
    그런데 정작 이효리는 “나한테나 잘 맞는 남자”라며 선을 긋는다. “저는 돈이 많잖아요. 돈 안 벌고 편하면 잘할 수 있어요.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면 서로에게 말이 예쁘게 나가겠냐고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자괴감 느끼는 분들에게 그걸 생각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이효리는 누군가 끊임없이 그랬던 것처럼 “한 수 알려 주마” 식으로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일에 지치면 원래 그런 거니 서로 이해하고 참으라”는 말 대신 혹시 자신으로 인해 박탈감을 느낄 사람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주면서 공감을 끌어낸다. 혀끝으로 하는 값싼 힐링과는 차원이 다른 이효리의 공감 능력이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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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2 02: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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