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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으로] 하와이에선 물고기로 상추 키운다 … 흙·비료 없는 자연순환 농법에 주목

 친환경 유기농 ‘아쿠아포닉스’ 현장
 
카후마나 농장의 물고기 수조 앞에 선 이 농장 농부 줄리아. 여기선 물고기를 이용한 수경재배인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채소를 기른다. [안혜리 기자]

카후마나 농장의 물고기 수조 앞에 선 이 농장 농부 줄리아. 여기선 물고기를 이용한 수경재배인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채소를 기른다. [안혜리 기자]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는 농장이라더니 웬 물고기?’
 
하와이의 관문인 호놀룰루 공항이 있는 오아후 섬 서쪽 와이아나에 지역의 ‘카후마나 농장&카페’를 지난 11월 4일 찾았을 때 갸우뚱했다. 한국인에게 하와이는 그저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하지만 현지인은 물론 미국 본토 사람들은 바다가 아닌 섬 내륙의 농장 투어도 많이 한다. 하와이 농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뭐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제7회 하와이 푸드&와인 페스티벌’ 참석차 이달 초 오아후에 간 김에 농장 투어에 나선 참이었다.
 
넓은 초록 평지 뒤로 병풍처럼 둘러선 산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이 농장을 방문하기 전 미리 확인한 정보에는 평균 나이 30세를 넘지 않을 정도로 젊은 농부들이 주축이 돼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채소를 오아후 각지의 레스토랑과 마켓에 공급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농장에 발을 딛는 순간 처음 마주친 게 넓은 허브 온실이나 이국적인 망고 나무가 아니라 큼지막한 원형 수조에 가득 담긴 물고기라니. 직접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이 전형적인 팜투테이블(farm-to-table) 농장에 왜 관상용도 아닌 아이 팔뚝만 한 크기의 물고기로 가득 찬 수조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인근 쿠니아 공장에서도 물고기 수조에서 흘러나온 영양분 섞인 물로 수경재배를 한다. [안혜리 기자]

인근 쿠니아 공장에서도 물고기 수조에서 흘러나온 영양분 섞인 물로 수경재배를 한다. [안혜리 기자]

조금 더 찬찬히 둘러보니 물고기 수조 바로 옆 조금 낮은 위치에선 상추 같은 여러 채소가 수경재배로 자라고 있었고, 또 그 바로 옆 좀더 낮은 곳에는 물만 담겨 있는 또 하나의 수조가 보였다. 수조와 수조는 서로 파이프로 연결돼 있었다. 혼란스러워하는 내 얼굴을 보더니 농장 투어 가이드로 나선 농부 줄리아가 “이게 바로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이라고 설명해줬다.
 
아쿠아포닉스? 하이드로포닉스(hy droponics·수경재배)는 들어봤지만 아쿠아포닉스는 생소했다. 이게 대체 뭘까.
 
줄리아는 이렇게 설명했다. “틸라피아 같은 민물고기를 키우면서 나온 배설물과 유기물이 섞인 물을 아래로 흘려 이 물로 상추 등 채소를 수경재배하고, 이 과정에서 식물은 자연적으로 물을 정화하죠. 이렇게 깨끗해진 물을 다시 물고기 키우는 데 쓰는 자연 순환 방식이에요. 버려지는 물이 거의 없을 만큼 자원 낭비가 적은 데다 물고기 모이를 주고 수경재배용 파종 작업 외에는 사람이 직접 신경 쓸 일이 없어 적은 노동력으로도 유지가 가능해요.”
 
아쿠아포닉스는 별도의 영양분을 더하지 않고 물고기 양식 과정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쓴다는 게 하이드로포닉스와 달랐다.
 
그제서야 낯선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의 작동원리가 이해가 됐다. 하지만 궁금증은 여전히 남았다. 비록 이 농장이 오아후의 가장 럭셔리한 호텔인 포시즌스 리조트 코올리나 등에 식자재를 납품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고는 하나 하와이에서 이 같은 아쿠아포닉스가 얼마나 널리 활용되고 있는지 등등 말이다.
 
그런 의문은 자동차로 30분 떨어진 쿠니아 컨트리 팜에 가본 후 확실히 풀렸다. 이곳에서 더 대규모의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틸라피아가 가득 담긴 3개의 물고기 수조에서 나오는 물로 무려 29m×2m40㎝짜리 수경재배용 수조 18개에서 상추 같은 잎채소를 키우고 있었다. 이에 사용되는 땅 크기는 1에이커, 그러니까 4000?(약 1200평) 정도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같은 크기라면 많게는 30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인다고 말한다. 게다가 모든 과정이 거의 자동으로 이뤄져 이 공정을 관리하는 건 딱 1명이면 된다.
 
하와이 사탕수수로 만든 럼을 생산하는 마누렐레 증류소와 맞붙어 있는 이곳 쿠니아 컨트리 팜 투어를 도와준 가이드 브룩은 “아쿠아포닉스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물 자원의 낭비가 거의 없고 인건비도 덜 들어 경제적이라 하와이 주정부도 적극적으로 농가에 아쿠아포닉스를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후마나 농장에서 키운 채소로 만든 샐러드. [안혜리 기자]

카후마나 농장에서 키운 채소로 만든 샐러드. [안혜리 기자]

실제로 아쿠아포닉스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는커녕 아예 흙도 필요없다.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맨 처음 설비를 갖추는 데 들어가는 초기 비용을 제외하고는 물 순환용 펌프 구동에 필요한 전기값 정도가 가장 큰 비용 요소다.
 
이 농장에서는 하루 8만6000갤런(약 32만6800L)의 물을 재순환시키는데 이는 전체 사용되는 물의 86%에 달한다. 쿠니아 컨트리 팜은 펌프 구동을 위한 전기마저도 태양열을 이용하고 있다. 농작물 생산뿐 아니라 전기 역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천국 같은 기후와 환경을 자랑하는 하와이. 뛰어난 자연환경을 누리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미래에도 지금 같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오아후=안혜리 기자 ahn.hai-ri@joongang.co.kr
[S BOX] 한국선 KAIST 출신 두 청년이 아쿠아포닉스 농사
카카오의 투자전문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은 2016년 생소한 업종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한국의 대표 공룡 IT업체가 고른 건 잘나가는 게임회사나 기발한 신사업이 아니라 뜻밖에도 농업 관련 회사였다. 바로 KAIST 출신의 박아론(30)·전태병(28) 두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CEA)다.
 
이 회사는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아쿠아포닉스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회사다. 2015년 이 방식으로 첫 수확을 한 이후 규모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투자 결정 당시 카카오 관계자는 “아쿠아포닉스를 비롯한 스마트팜의 밝은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농업진흥청도 농업기술박람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아쿠아포닉스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생산한 채소는 신선도가 오래 가고 맛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호감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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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25 01: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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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에선 물고기로 농사를 짓는다고?

    2017 하와이 푸드&와인 페스티벌 메인 이벤트가 열린 11월 4일 오아후 코올리나. 안혜리 기자

    2017 하와이 푸드&와인 페스티벌 메인 이벤트가 열린 11월 4일 오아후 코올리나. 안혜리 기자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는 농장이라더니 왠 물고기?
    하와이의 관문인 호놀룰루 공항이 있는 오아후 섬 서쪽 와이아나에 지역의 '카후마나 농장&카페'을 지난 11월 4일 찾았을 때 갸우뚱했다. 한국인에게 하와이는 그저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하지만 현지인은 물론 미국 본토 사람들은 바다가 아닌 섬 내륙의 농장 투어도 많이 한다. 하와이 농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뭐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제7회 하와이 푸드&와인 페스티벌' 참석차 이달초 오아후에 간 김에 농장 투어에 나선 참이었다. 
    하와이 오아후섬 서쪽 카후마나 농장&카페. 한 바퀴 도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릴만큼 넓은 농장 뒤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안혜리 기자

    하와이 오아후섬 서쪽 카후마나 농장&카페. 한 바퀴 도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릴만큼 넓은 농장 뒤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안혜리 기자

    넓은 초록 평지 뒤로 병풍처럼 둘러선 산이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이 농장을 방문하기 전 미리 확인한 정보에는 평균 나이 30세를 넘지 않을 정도로 젊은 농부들이 주축이 돼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채소를 오아후 각지의 레스토랑과 마켓에 공급하는 곳이라고 했다. 
    카후마나 카페에서 파는 샐러드. 이 농장에서 생산한 식자재만 쓴다. 안혜리 기자

    카후마나 카페에서 파는 샐러드. 이 농장에서 생산한 식자재만 쓴다. 안혜리 기자

    그런데 농장에 발을 딛는 순간 처음 마주친 게 넓은 허브 온실이나 이국적인 망고 나무가 아니라 큼지막한 원형 수조에 가득 담긴 물고기라니. 직접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이 전형적인 팜투테이블(farm-to-table) 농장에 왜 관상용도 아닌 아이 팔뚝만한 크기의 물고기로 가득 찬 수조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카후마나 농장의 물고기 수조 앞에서 아쿠아포닉스를 설명하는 이 농장 농부이자 투어 가이드인 줄리아. 이 농장에선 물고기를 이용한 수경재배인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채소를 기른다. 물고기 배설물이 섞인 물은 파이프를 타고 왼쪽 아래로 흘러 채소의 영양분으로 쓰인다. 안혜리 기자

    카후마나 농장의 물고기 수조 앞에서 아쿠아포닉스를 설명하는 이 농장 농부이자 투어 가이드인 줄리아. 이 농장에선 물고기를 이용한 수경재배인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채소를 기른다. 물고기 배설물이 섞인 물은 파이프를 타고 왼쪽 아래로 흘러 채소의 영양분으로 쓰인다. 안혜리 기자

    조금 더 찬찬히 둘러보니 물고기 수조 바로 옆 조금 낮은 위치에선 상추 같은 여러 잎채소가 수경재배로 자라고 있었고, 또 그 바로 옆 좀더 낮은 곳에는 물만 담겨져 있는 또 하나의 수조가 보였다. 수조와 수조는 서로 파이프로 연결돼 있었다. 혼란스러워하는 내 얼굴을 보더니 농장 투어 가이드로 나선 농부 줄리아가 "이게 바로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이라고 설명해줬다. 
    아쿠아포닉스? 하이드로포닉스(hydroponics·수경재배)는 들어봤지만 아쿠아포닉스는 생소했다. 이게 대체 뭘까. 
    줄리아는 이렇게 설명했다. "틸라피아 같은 민물고기를 키우면서 나온 배설물과 유기물이 섞인 물을 아래로 흘려 이 물로 상추 등 채소를 수경재배하고, 이 과정에서 식물은 자연적으로 물을 정화하죠. 이렇게 깨끗해진 물을 다시 물고기 키우는 데 쓰는 자연 순환 방식이에요. 버려지는 물이 거의 없을만큼 자원 낭비가 적은 데다 물고기 모이를 주고 수경재배용 파종 작업 외에는 사람이 직접 신경 쓸 일이 없어 적은 노동력으로도 유지가 가능해요. "
    아쿠아포닉스와 하이드로포닉스 둘 다 수경재배이지만 아쿠아포닉스는 별도의 영양분을 더하지 않고 물고기 양식 과정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쓴다는 게 달랐다.  
    그제서야 낯선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의 작동원리가 이해가 됐다. 하지만 궁금증은 여전히 남았다. 비록 이 농장이 오아후의 가장 럭셔리한 호텔인 포시즌스 리조트 코올리나 등에 식자재를 납품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고는 하나 하와이에서 이같은 아쿠아포닉스가 얼마나 널리 활용되고 있는지 등등 말이다. 

    그런 의문은 이곳에서 자동차로 30분 떨어진 쿠니아 컨트리 팜에 가본 후 확실히 풀렸다. 이곳에서 더 대규모의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쿠니아 컨트리 팜에서는 카후마나 농장보다 더 대규모로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활용하고 있다. 대형 물고기 수조 안에 민물고기인 틸라피아가 가득 들어있다. 안혜리 기자

    쿠니아 컨트리 팜에서는 카후마나 농장보다 더 대규모로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활용하고 있다. 대형 물고기 수조 안에 민물고기인 틸라피아가 가득 들어있다. 안혜리 기자

    이 곳은 틸라피아가 가득 담긴 3개의 물고기 수조에서 나오는 물로 무려 29mX2m40㎝짜리 수경재배용 수조 18개에서 상추 같은 잎채소를 키우고 있었다. 이에 사용되는 땅 크기는 1에이커, 그러니까 4000㎥(1212평) 정도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같은 크기라면 대략 10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인다고 말한다. 게다가 모든 과정이 거의 자동으로 이뤄져 이 공정을 관리하는 건 딱 1명이면 된다. 
    럼을 만드는 각기 다른 종의 사탕수수를 설명하고 있는 브룩. 안혜리 기자

    럼을 만드는 각기 다른 종의 사탕수수를 설명하고 있는 브룩. 안혜리 기자

    하와이 사탕수수로 만든 럼을 생산하는 마누렐레 증류소와 맞붙여 있는 이곳 쿠니아 컨트리 팜 투어를 도와준 가이드 브룩은 "아쿠나포닉스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물 자원의 낭비가 거의 없고 인건비도 덜 들어 경제적이라 하와이 주 정부도 적극적으로 농가에 아쿠아포닉스를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고기 수조에서 흘러나온 영양분 섞인 물로 수경재배하는 각종 채소들. 안혜리 기자

    물고기 수조에서 흘러나온 영양분 섞인 물로 수경재배하는 각종 채소들. 안혜리 기자

    실제로 아쿠아포닉스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는커녕 아예 흙도 필요없다.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맨 처음 설비를 갖추는 데 들어가는 초기 비용을 제외하고는 물 순환용 펌프 구동에 필요한 전기값 정도가 가장 큰 비용 요소다. 
    이 농장에서는 하루 8만 6000 갤런(32만6800리터)의 물을 재순환시키는데 이는 전체 사용되는 물의 86%에 달한다. 쿠니아 컨트리 팜은 펌프 구동을 위한 전기마저도 자체 태양열 발전을 이용하고 있다. 농작물 생산 뿐 아니라 전기 역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고기 수조에서 수경재배를 거쳐 정화된 깨끗한 물을 다시 물고기 수조로 보낼 때 펌프를 가동해야 하기에 동력이 필요하다. 쿠니아 컨트리 팜에서는 이때 필요한 전기를 지속가능한 에너지인 태양열로 얻는다. 안혜리 기자

    물고기 수조에서 수경재배를 거쳐 정화된 깨끗한 물을 다시 물고기 수조로 보낼 때 펌프를 가동해야 하기에 동력이 필요하다. 쿠니아 컨트리 팜에서는 이때 필요한 전기를 지속가능한 에너지인 태양열로 얻는다. 안혜리 기자

    한국에서는 아직 아쿠아포닉스를 시도하는 곳이 많지 않다. 카이스트 출신의 박아론(30)·전태병(28) 두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CEA)를 비롯해 몇몇 곳에서 이를 활용해 상추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만나씨이에이가 2016년 카카오 자회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을 만큼 아쿠아포닉스는 점차 국내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농업진흥청도 농업기술박람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아쿠아포닉스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 그래도 물론 이미 여러 농장에 널리 퍼진 하와이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천국 같은 기후와 환경을 자랑하는 하와이. 하와이 사람들은 그저 그런 뛰어난 자연환경을 누리고만 산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미래에도 지금같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아니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런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오아후=안혜리 기자 ahn.ha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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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24 17: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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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불안한 엄마 주머니 터는 사회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TV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대체의학을 소개하고 찬양하는 나라에서 절박한 어머니들에게 손 내민 사기꾼.’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이 짧은 한 줄에 올봄부터 계속 논란인 ‘안아키’ 사태의 본질이 다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안아키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말한다.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 사이트 운영자는 수두·홍역 같은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말고, 아토피에는 로션이나 연고를 바르지 말며, 또 각종 병에 노출돼도 약 대신 (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숯가루를 먹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자연치유법을 설파한다. 항생제는 절대 금물이다.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지만 한때 회원이 6만여 명에 달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유사과학을 아무런 검증 없이 소개하는 각종 생활정보 프로그램에 종종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은 게 분명 도움이 됐을 게다.
     
    비과학적인 안아키식 육아로 고통받는 아이가 여럿 생겨나면서 고발까지 당했지만 운영자는 오히려 당당하다. 최근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모에게 자연치유법을) 선택할 기회를 준 거지 손에 쥐어준 건 아니다”며 책임을 부모에게 돌렸다. 하지만 주로 허약하고 아픈 애들을 키우는 부모의 죄책감을 자극해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법적인 책임을 떠나 도덕적 비난을 피하긴 어렵지 않을까.
     
    사실 생각해 보면 안아키는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아주 독특한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안 마케팅의 전형이다. 부모의 불안과 죄책감을 자극해 지갑을 터는 그 검증된 상술 말이다. 굳이 소아비만 책에 『엄마가 만든 왕따 소아비만』이라는 제목을 붙일 만큼 우리 사회는 ‘엄마의 잘못된 육아로 아이를 망친다’는 식의 불안 마케팅이 판을 친다. 거대한 사교육 시장을 보면 이런 마케팅이 꽤 효과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안아키 역시 그런 초보 엄마의 육아 공포를 자기 주머니 채우는 수단으로 악용한 셈이다.
     
    그저 엄마가 속는 것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안아키 사태는 아이가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아이가 무슨 죄가 있길래 백신 접종도 못 받고 숯가루 탄 젖병을 물고 커야 하나. 아무리 불안 마케팅이라지만 이건 도가 지나쳤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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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22 02:0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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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개천용이 필요한가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15년 도전, 13년 만의 결실….’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지나간 신문을 들춰보니 올해로 마지막인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인터뷰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15년 도전 끝에 “꿈을 이뤘다”는 45세 최고령 합격자부터, 결혼은 언감생심 사시 합격 후에야 카카오톡을 설치하고 13년 만에 대학 동기와 전화했다는 37세 수석 합격자까지 다양하다. 10여 년의 노력을 보상받았으니 분명 축하받을 일이다. 하지만 인간 승리라고 마냥 찬사만 보낼 수 없는 찜찜한 구석도 있다.
     
    두 가지 ‘삐딱한’ 생각 때문이다. 우선, 이들이 과연 훌륭한 법조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이번 합격으로 실력에다 굳은 의지까지 증명한 셈이니 업무 역량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좁은 시야는 또 다른 얘기다. 성인이 된 후 10년 넘도록 스스로 돈을 벌기는커녕 아내와 부모의 경제적 도움 속에 신림동 고시촌에 틀어박혀 오로지 사시 합격만을 목표로 한 삶을 살았다. 물론 예외는 있겠으나 이런 경험이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지나간 시절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마지막 합격자들의 사연은 역설적으로 사시 폐지의 합리적 이유를 설명해 줬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법조계를 비롯한 관료사회 진입을 신분상승 사다리의 최정점으로 쳐주는 ‘개천용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것인가 하는 답답함이다. 일부에서는 “사시가 유일하게 개천에서 용을 만들어내는 통로”라며 사시 폐지를 아쉬워한다. 인공지능과 경쟁할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에 판검사·변호사가 왜 수많은 직업 중 하나가 아니라 ‘용’으로 대접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또 로또 같은 한 방의 시험으로 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면 그건 건강한 사회도 아니다.
     
    ‘벼슬이면 전부라는 생각에 감투 쓰는 일에만 모두가 집중하는 어두운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모두 관리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관권 지향적인 사회.’(『평설 우리 민족의 나갈 길』 중에서)
     
    어제(14일) 탄생 100주년을 맞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에 짚은 문제다.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걸 누리고 사는 지금, 왜 여전히 60년대 프레임에 고착돼 있는지 그저 한숨이 나올 뿐이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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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15 01:4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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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대] 꿈꾸는 부자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아시아 순방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문했던 하와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휴양지다. 하지만 의외로 하와이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와이주의 137개 섬 가운데 6번째로 큰 섬 라나이가 특히 그렇다. 세계 최고급 호텔 체인 포시즌이 두 개(한 곳은 현재 리노베이션 중)나 있지만 여전히 ‘은둔의 섬’으로 불린다. 오죽하면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가 파파라치를 따돌리려고 1994년 이 섬 전체를 통째로 빌려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을까.
     
    라나이에 와 보니 ‘인간이 이 섬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하와이 관광청의 표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싱가포르 절반 정도 면적에 인구는 3000여 명이 전부. 포장도로 역시 48㎞에 불과하고 신호등과 대중교통수단은 아예 없다. 그저 보이는 건 바다와 한때 세계 최대 파인애플 농장이었던 초록 평원과 산의 곡선을 따라 삐죽삐죽 솟은 소나무와 갑작스레 도로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슴뿐이니, 그야말로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라나이의 자연은 사람의 손, 특히 억만장자인 오라클 창업주 래리 엘리슨(73)이 손을 댔기에 지금처럼 아름다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2012년 라나이 섬의 98%를 사들인 뒤 엘리슨이 한 일은 돈을 목적으로 한 리조트 확장 개발이 아니었다. 부족한 식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친환경 정수 시스템을 갖추었고 비싼 값을 주고 밖에서 사 먹던 식자재 자급을 위해 농장을 만들었다. 자연 훼손 없이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투자했다. 엘리슨은 라나이를 거대한 친환경 생태 실험장으로 바꿔 놓고 있다.
     
    라나이 사람들은 엘리슨의 섬 매입 이후에 삶이 업그레이드됐다고 입을 모은다. 엘리슨은 IT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방식으로 온 섬 주민이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로컬 식자재를 생산하겠다는 온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시도가 성공하면 라나이 주민만이 아니라 전 지구인의 삶이 업그레이드될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이 위대한 것은 엘리슨 같은 부자들이 더 많은 돈만 추구하는 대신 먼 미래를 내다보며 온 인류의 꿈을 함께 좇고 현실로 만들기 때문 아닐까. <라나이에서>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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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08 02:3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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