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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빈센트 반 고흐를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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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빈센트 반 고흐 전기혹은 그를 찾는 여행의 기록이라 되어 있다이 책의 성격을 정확히 정의하고 있다빈센트 반 고흐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성장 과정그의 연이은 실패화가로서의 정체성 확립그리고 정신 이상 증세를 거쳐 자살(혹은 타살)에 이르기까지를 시간 순으로 쓰고 있다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전기다또한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가만가만 뒤쫓아가는 시선이기도 하다평가하기보다 그가 누구인지를 관찰한 기록이다.

 

프레데릭 파작은 빈센트 반 고흐를 담담한 시선으로 쫓으면서도 그의 연이은 실패를 강조한다화상(畵商)과 전도사라는 직업상의 실패여인들과의 사랑에 대한 실패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한 실패그의 삶은 실패로 점철되어 있었다그래서 그는 죽어가면서 난 실패했어요.”라고 내뱉는다그런데그 연속된 실패사(失敗史)를 읽으며나는 정작 그 실패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 실패의 전과 후는 알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나는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인물에 대해서 다른 어떤 화가들보다는 잘 알고 있었지만그 앎의 정체는 매우 모호했던 셈이다프레데릭 파작은 담담한 필체로 반 고흐의 실패를 그린다그리고 그 실패가 무엇 때문인지그 실패가 어떻게 다음의 실패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림이 많다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프레데릭 파작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생각되는데반 고흐의 그림을 모사한 그림도 있고작가의 상상으로 그 시대상을 그린 그림도 있다흑백의 그림이다검은색이 주()를 이루는 쓸쓸한 그림들이다반 고흐의 삶을 더욱 처연하게 여기도록 하는 게 바로 이 그림들이다(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그림이 너무 많다잘 이해되지 않는 그림도 많다).

 

이 책에는 버나뎃 머피가 『반 고흐의 귀』에서 바로잡으려 했던 것들이 그대로 서술되고 있다반 고흐가 자른 귀를 창녀에게 건넸다는 것이라든지(버나뎃 머피에 따르면 창녀가 아니라 청소부 정도인데), 아를의 90명이 넘는 사람이 진정서를 내서 그를 쫓아냈다든지(실은 36명의 서명인데하는 것들이다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날도 『반 고흐의 귀』에는 12 23일로 나오지만파작은 12 24일로 기록하고 있다또한 파작은 반 고흐와 고갱의 불화에 대해서는 별로 기술하지 않고 있다어느 하나만 읽었을 때 그것만을 사실로 받아들였을 것이다반 고흐의 삶에는 이것보다도 더 많은 논쟁거리가 있을 것이다사실 반 고흐를 잊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런 그의 삶에 대한 미스터리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 고흐가 화가로서 활동한 기간이 정말 짧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파작은 그의 그림을 습작이라고 하고 있다완성이 아닌 끊임없는 시도였다는 얘기다하긴 예술에 완성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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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는 왜 자신의 귀를 잘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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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에게 몇 개의 날짜가 있다.

1888 2 19

1888 12 23

1890 7 27 (혹은 7 29)

 

1888 2 19일은 그가 파리 생활을 접고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아를로 옮겨간 날짜다거기서 반 고흐는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얻어 많은 그림을 그린다.

1888 12 23일은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날이다그 이후로 그는 정상과 정신이상을 오가다 끝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1890 7 27반 고흐는 자신의 가슴을 총으로 쏘았다그리고 이틀 후 죽는다.

 

미술사를 전공한 전직교사 버나뎃 머피는 바로 그 시기의 반 고흐를 추적하고 있다그녀가 우연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반 고흐는 왜 자신의 귀를 자르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그 수많은 반 고흐에 관한 책들에서도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한 그녀는 스스로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섰다수많은 자료들을 찾고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아를 시기의 반 고흐와 그에 관련된 사항들이 적지 않게 왜곡되어 알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 고흐가 칼날이 긴 면도기로 거울 앞에서 왼쪽 귀를 귓불만이 아니라 거의 전부를 잘랐다는 것고갱과의 불화로 귀를 자르게 되지만고갱은 무책임하게 도망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그에게 자른 귀를 신문지로 싸서 건네 받은 라셸이라는 여인이 창녀가 아니었다는 것반 고흐를 아를에서 쫓아낸 아를 주민의 진정서가 모든 주민들의 매몰찬 행위가 아니라 두 이웃의 음모에 의한 것이며겨우 30여 명만이 서명한 것이었다는 것 등등이 버나뎃 머피가 밝히는자신이 새로이 알아낸 사실들이다.

 

이런 내용들이 어떻게 잘못 알려져 왔었는지혹은 그냥 논쟁거리였는지버나뎃 머피가 밝혀낸 그 사실들이 정말 사실일지는 잘 모른다사실은 반 고흐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지만(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고그의 그림이를테면 해바라기나 귀를 자른 자신의 초상화 등을 보고 반 고흐의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무척 적을 것이다사실은 그에 대해그리고 그의 그 유명한 사건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일 듯 하다.

 

그런데 그런 사실들을 바로잡는 것은 반 고흐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반 고흐라는 인물과 그의 유명해진 작품들은 그의 광기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게 된다그래서 반 고흐라는 인물 자체를 신화화하거나 혹은 예술 자체에 대해 그릇된 상()을 갖게 되기도 한다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 인물과 그 때의 상황과그 인물의 정신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버나뎃 머피는 반 고흐가 정신적인 문제를 겪은 것은 맞지만그가 항상 그런 상태였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그는 스스로 자신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며그의 독창적인 작품들은 모두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렸던 작품들이다그의 광기가 그의 위대한 작품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그런 정신이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룬 업적이라는 얘기다.

 

이 책은 반 고흐를 전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반 고흐가 그의 예술혼을 가장 불태웠다 급작스레 추락하기 시작한 짧은 시기의 미스터리를 추적함으로써 반 고흐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기 위해 쓴 책이다읽으며 책에 수록되어 있는나아가 다른 그림들을 찾아봤다뭐랄까아를 시기의 반 고흐는 그 이전 시기와 무척 달랐다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을 했고풍경은 그의 마음에 깊이 박혀 있었다짧게 끝나버린 황금 시기 같았다사실 짧았기에그리고 그 끝이 비극이었기에 우리는 신화화한다그러나 그 신화화된 반 고흐가 진짜 반 고흐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더 분명한 것은 그것을 깨달으면서도 쉽게 그 신화화를 잘 걷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이 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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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

반 고흐의 그림 중 가장 아름다운 그림(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그림)인 <꽃 피는 아몬드 나무(Almond Blossom)>이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그린 것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인생의 가장 암울한 시기에 그린 그림임에도 이처럼 밝은 분위기가 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데, 그 장면을 떠올리면 더 처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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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귀

버나뎃 머피 저/박찬원 역
오픈하우스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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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자화상

반 고흐의 그림들을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 중 하나는 그가 스스로 귀를 자른 후 그린 자화상에서의 의연한 표정이다.

거기에는 어떤 분열의 징후가 없다그저 담담할 뿐이다앞을 응시하는 듯도 하고옆을 보는 듯도 한데 주눅들어 있는 표정도 아니다그 일이 있은 후 정신병원에 갇히고 몇 년도 못 살고 세상을 뜨게 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 반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서 연민을 느끼게 될 것 같은데자신은 그런 추측을 차단하려는 듯이 그렇게 앉아 있다.

그 엄청난 일 이후 어쩌면 그렇게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을 그렸을까그런 자신을 그린다는 생각은 왜 했을까?

 

버나뎃 머피는 『반 고흐의 귀』에서 귀를 자른 후 그린 두 편의 자화상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반 고흐는 다른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신경쇠약을 축소하고 상처도 최소화하여 이야기하고 있었지만실제로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무시할 수 없었다스튜디오로 돌아와 그는 캔버스 두 개를 완성했다.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귀에 붕대를 감고 파이프를 문 자화상두 점으로아마도 그의 작품들 중 뇌리에서 가장 잊히기 힘든 이미지들일 것이다자기 연민이나 멜로드라마의 흔적은 전혀 없다그는 시선을 똑바로 향하고 있고 보는 이가 불편할 정도로 흔들림이 없다반 고흐는 자신이 한 일을 그림을 통해 인정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감정적경험을 표현하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자해를 기록하고 있었다.” (274)

 

진실이 무엇인지는   없다.

버나뎃 머피의 해석도 인정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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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귀

버나뎃 머피 저/박찬원 역
오픈하우스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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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꽃 피는 정원(Flowering Garden)

아름다움의 개념은 변한다오늘날 우리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생동감 넘치는아주 강렬한 색깔에 휩싸여 있다거대한 광고판에서스크린에서영화에서잡지와 일요판 신문 모든 페이지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꽃이 피는 정원(Flowering Garden)>, 이 그림을 현대적인 눈으로 보노라면 당시 반 고흐의 그림들이 정말로 얼마나 급진적이었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버나뎃 머피『반 고흐의 귀』,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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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그림을 보면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강렬함이다그러나 지금 느끼는 강렬함은 그의 그림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느낀 느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반 고흐의 귀

버나뎃 머피 저/박찬원 역
오픈하우스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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