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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잘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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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냉장고에 대한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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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매일의 즐거움, 먹는다는 것에 대해 히라마츠 요코는 그의 수필집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이란 책에서 음식에 대한 허상을 좇느라 피곤
해진 현대인들에게 다시 순수한 오감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적과도 같은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다.
 
 그 중 '냉장고를 위한 현명한 조치'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속이 텅텅 빈 냉장고를 동경한다.
 문을 열면 사방으로 구석구석 다 보인다.
 산뜻하고 시원한 냉장고. 꽉 짠 행주로 슥슥 삭삭 바닥을 닦
을 수 있을 것 같은. 한 눈에 속이 다 보이는 냉장고.
 그런데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완벽하게 불가능하다. 속이 텅
빈 냉장고 같은 건 꿈이다. 늘 꽉꽉 꾹꾹, 그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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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냉장고라니 얼마나 역설적인 말인가. 무언가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한 가전임에도 불구하고 텅 빈 상태를 동경하다니. 여북하면 주부들이

가장 정리하고 싶은 공간으로 냉장고를 꼽았을까.

 

 히라마츠 요코가 말한대로 내게도 영원히 불가능할 것만 같은 그 일-텅
냉장고에 대한 동경_이 완벽하게 가능한 현실이 되었을 때, 주부라면
누구라도 벗어날 수 없는 반복적으로 요리하는 일이 행복하고 특별한 느
낌의 즐거움이 되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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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오면서 드디어 오래 된 냉장고를 처분하고 여자들의 워너비인 910

리터짜리 대형냉장들이게 되었다. 냉장고 깊이가 내 손에 닿지 않

아 의자를 놓고 야만 냉장고 안쪽까지 정리할 수가 있다.

빌트인으로 제공된 300리터짜리 냉장고까지 합치니 무려 1200리터의

냉장 공이 어느 날부터 내게 주어진 것이다. 가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100평짜리 아파트라도 선물 받은 양 한동안 날마다 신이 나서 냉

장고 리를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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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들인 냉장고에는 과일이나 야채며 주로 냄새가 나지 않는 양념류와 

치즈, 견과류 등을 보관하고 있으며 빌트인 냉장고에다 일반적인 반찬들

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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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장고 면적이 넓어서 좋은 점으로는 공간이 훤히 보이니 과잉적으로 쇼

하던 버릇도 많이 개선되었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음식 재료들이 얼추

안에 들어오게 되니 최소한의 것을 사다가 먹게 된다. 그래야만 이 기

은 텅 빈 냉장고의 여유를 수시로 만끽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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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그득그득 쌓여서 빨리 먹어치워야 하는데 대한 강박 때문에 스트

레스 받게 만들던 생선이나 고기류가 냉동고에서 사라졌다. 과거 일을 할

는 매일 마트엘 갈 수 없으니 주말이면 먹거리며 생필품을 왕창 사다가

쌓아놓고 버리는 것도 적지 않았다.

 

 습관처럼 무서운 게 없다더니 그 버릇 이제야 조금 고쳐진 듯 싶다. 요즘

엔 그때그때 아주 작은 쇼핑백 하나 들고 나가서 필요한 양만 사다가 먹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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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평범한 먹을거리에 대한 놀라운 감수성을 그녀로부터 한 수 배우

기 위해 오래 전에 덮어두었던 그녀의 수필집을 다시 꺼내든다. 어느 새

둔해진 삶의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책장을 펼치자 산뜻함을 더하는

마법같은 한 방울 레몬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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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몬을 '교묘한 유혹'이라 부르며 그 레몬이란 녀석이 부리는 트릭에 관한
기를 길게 풀어놓을 때 난 완전히 이 여자한테 빠져버렸다. 내게도 레몬
이 준 충격이 그에 못지 않았으니까.
 
 "레몬을 꽉 짜보자. 홍차는 순식간에 레몬 티로 변하고 평범한 물은 한 순
에 레몬 주스로 탈바꿈한다. 경천동지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
르겠다. 상하가 역전되고 겉과 속이 휘리릭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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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 튀김에 레몬, 수프에 레몬, 볶음밥에 레몬, 생선구이에 레몬, 흰 살
선회에 레몬, 찐 채소에 레몬, 찐 감자에 레몬, 아이스크림에 레몬. 세상
에나, 세상 음식이란 음식에는 전부 레몬을 짜넣고 싶어져 곤란할 지경이
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빙그레 웃는다. 지금도 레몬 없이 못 사는 여자
가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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