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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정(김명조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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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후기
  오래 전, 어느 일간지에 노동력이 시원찮은 홀아비의 다섯 아이를 온몸으로 품은 처녀 교사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오른팔이 불구인데다 노름에 미친 그 홀아비가 12살짜리 큰 딸 밑으로 한두 살 터울인 다섯 명의 아이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취재기자는 이렇게 썼다.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 안에서 이가 득실거리는 헝클어진 머리에다 영양실조로 마른버짐 투성인 얼굴, 입고 있는 옷은 때가 눌어붙어 번질대는 아이들의 몰골들….

그리고 기자는 처음 그녀를 실성한 사람 취급했던 동네사람들의 충격 등을 비교적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전했지만 정작 장본인인 그녀로부터 동기나 저간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단 한 마디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다만 희생을 자초한 예쁘고 청순한 현직 교사라는 소개에 그쳤을 뿐이었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 한동안 감동인지 안타까움인지 모를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아예 애들의 아버지와 혼인신고를 필했다는 것을 보면 그녀는 뭔가 대단한 각오를 하고 그 집에 들어간 것이 틀림없었다. 그 뒤로 나는 신문을 펼칠 때마다 습관처럼 혹시 그 후속기사가 있으려나 하고 찾았지만 아직도 그녀의 뒷 소식은 모르고 있다. 대신 그때부터 그녀의 삶은 내 상상 속에서 조금씩 숙성되고 있었나 보다. 다 쓰러져가던 판잣집을 허물고 그 위에 들어선 양옥집에는 아이들의 웃음과 활력이 가득하고, 이가 득실거리던 머리는 곱게 땋아 등 뒤에서 귀엽게 찰랑이고, 마른버짐이 가득했던 얼굴은 말갛게 변하여 생기가 넘치고…. 언제부턴가 나는 그녀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전체적인 윤곽은 잡히는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가슴이 먹먹해져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어떤 소재로든 이야기를 구성해낼 자신이 있었던 등단 초기에도 그랬고 십 수 년이 흘러 작가로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꽤 세밀해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웬일일까. 무엇 때문에 단 한 페이지도 써낼 수가 없는 것일까. 에이, 요즘 그런 여자가 어딨어? 몇 몇 동료들의 반응처럼 아무리 그럴듯하게 써봐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란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을까.

  재작년 가을, 벌여놓았던 몇 가지 일들의 심각한 부진과 기대했던 아들 준석의 사법시험 실패가 겹쳐 내 형편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지금은 사법연수생이 된 아들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그땐 내가 이 세상에 뭐 하러 나왔는가 싶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남들이 선호하는 것은 일부러 피해가면서 내가 추구했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싶었고 내 존재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잠도 잘 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 무렵이었다. 뭔가 내면에서 소리가 들렸다. 에둘러서 써보렴.

  그랬다. 속된 필치로 그 성스러운 희생을 묘사하겠다는 작정부터 과욕이었다. 나는 비슷한 성향인 그녀의 친구 하나를 설정해 놓고 치열했던 20여년의 내 수험생활을 되짚어 나갔다. 그리고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 이야기는 삽화처럼 그 속에 간단히 그려 넣었다. 비록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그녀의 무릎에도 미치지 못한’ 친구의 작은 희생을 적은 이 소설을 통하여 그 청순한 여교사가 베풀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탈고해 놓고도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친 후에야 겨우 세상에 내보낸다.

                                                                깊어가는 신묘년 가을,
                                                                     낙엽 쌓인 玄岡齋에서
                                                                          김  명  조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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