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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경비실에 택배 맡기면 불법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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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안계세요? 경비실이 택배를 안받는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지난해 11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이런 택배기사의 전화를 받았다. 경비원 노조가 준법투쟁을 내세워 택배보관과 주차관리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사무소는 임시방편으로 용역을 투입해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노조가 갑작스레 업무중단을 통보한 배경엔 공동주택관리법이 있다. 정부는 경비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2017년 9월 경비원 본연의 업무를 넘어선 부당한 지시를 금지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원래 경비업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보다 적극적인 규제에 나선 것이다. 법 시행으로 경비원 본연의 업무를 넘어선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게 되면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경비원에게 맡기던 택배보관과 분리수거 업무가 모두 불법이 돼버렸다. 쉽게 말해 사례를 별도로 하더라도 집을 비웠을 때 경비원에게 택배를 맡아달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현대아파트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공동주택이 다 해당한다. 법을 지키자면 경비원 외에 이런 업무를 도맡아 할 관리원을 별도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급격한 관리비 인상 등 현실적 요인으로 추가 고용이 쉽지 않은만큼 많은 아파트가 기존 경비원을 용역으로 전환해 경비인력은 줄이고 관리원을 쓰는 선택을 한다. 
새해 들어 경비원 해고 소식이 잇따르는 이유다. "돈 있는 사람들이 한달에 몇천 원 더 내기 싫어서 경비원을 잘랐다"며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용역전환의 직접적 요인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바로 이 공동주택관리법에 있는 셈이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주차난이 심해 이중주차를 하면서 경비실에 차량 키를 맡겨왔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으로 경비원이 차를 빼주는 게 불법이 됐다. [중앙포토]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주차난이 심해 이중주차를 하면서 경비실에 차량 키를 맡겨왔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으로 경비원이 차를 빼주는 게 불법이 됐다. [중앙포토]

특히 현대아파트는 주차난이 심각해 평소 경비원이 차량 키를 맡아왔다. 이중주차를 할 수밖에 없어 주민이 차를 뺄 때마다 경비원이 이중주차된 차를 빼주는 역할을 해왔다. 꼭 필요한 일이라 지금까지는 주민들이 반상회비를 모아 매달 정기적으로 주거나 세대별로도 따로 사례하는 식의 암묵적 합의로 주민과 경비원이 큰 문제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정부가 느닷없이 경비원 인권보호를 내세워 법을 들이대면서 상황이 꼬여버렸다.  

정부의 규제 방침이 알려지자 지난해 4월 경비원 노조는 그동안 주차업무로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수억 원에 달하는 수당을 달라는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입주자대표회의의 용역전환 결정이 나오자 주차관리와 택배보관 업무 중단이라는 강수를 둬 주민과의 갈등을 키웠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월부터 용역전환 후 일부 경비원을 관리원으로 돌려 기존 업무를 계속 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경비원들은 하던 일은 계속 하면서 신분은 더 불안정하게 바뀌고 주민들에게 받던 사례만 못받게 될 공산이 커졌다.  

"법 취지는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것인데 경비원들이 얻는 실익은 없다"는 현대아파트의 한 동대표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정부가 경비원 인권 챙겨주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 거꾸로 고용불안에 내몬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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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09 18: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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