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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누가 소방관에게 돌을 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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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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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적인 안전 불감증, 고질적인 시스템 부재….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복합상가 화재 참사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실 소방점검에 목욕용품을 두느라 꽉 막힌 비상구, 작동 않는 스프링클러, 소방차 진입을 막는 불법주차, 정치적 유불리만 좇는 여야의 정치공방까지. 매번 반복하지만 늘 그대로인 총체적 부실을 까발려 보여준다. “이번 역시 인재(人災)”라며 당국(제천소방서)의 초기대응 실패를 질타하는 비난 여론도 여느 대형 사고 때와 똑같다. 분노의 화살이 실질적인 원인 제공자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장 인력에 주로 쏠린다.
 
유족과 전문가의 입을 빌려 제천소방서를 비판하는 이유는 대략 이런 것들이다. “출동할 때 건물 설계도를 확보하지 못했다.” “주차된 차량을 어떻게든 치우고 사다리차를 대야 했는데 (차 빼달라고) 받지도 않는 전화를 거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2층 여자 사우나 유리창부터 깨야 하는데 물만 뿌렸다.” “8층 외벽에 매달린 사람 하나 살리자고 구조대원이 매트리스 까는 데 집중하느라 2층에서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다.” 요약하자면 소방관들이 우왕좌왕하는 통에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피해가 컸다는 비난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부실대응과 판단착오의 연속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희생을 키운 주된 원인일까. 면적 883㎢에 인구 14만 명,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소방대상물만 2166곳인 제천의 소방서에 구조대원은 13명이 전부다. 그나마도 3교대라 사고 당시엔 4명만 근무 중이었다. 현장에 처음 도착한 화재진압 대원 4명은 폭발을 막기 위해 대형 LP가스통 화재 진압에 집중했다. 9분 뒤 도착한 구조대원 4명은 건물 외벽에 대피해 있던 남성 1명을 구하려고 매트리스를 깔았다. 30분이 넘어 비번인 소방관까지 전원이 현장에 합류했기에 2층사우나 통유리를 깨고, 비상구를 통해 내부에 진입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전문가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인력과 장비, 그마저도 당장 쓸 수 없는 주변 여건 탓에 피해가 커졌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문제가 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바로잡으면 된다. 하지만 전문가의 현장 판단을 불신하고 그저 돌만 던져서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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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27 01:2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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