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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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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사자

숲속을 덮친 갑작스런 홍수 때문에 겁에 질린 돼지 한 마리가 어떻게든 목숨을 건지려고 물에 떠다니는 커다란 통나무에 올라탔다. 그런데 가슴 철렁한 일이 벌어졌다. 역시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던 사자가 같은 통나무에 올라탄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돼지가 말했다. "존경하는 동물의 왕이시여, 우리가 이 통나무를 나눠타게 된 것도 운명인 모양입니다. 바라옵건대 당신의 식욕이 당신의 이성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될 줄로 압니다. 우린 지금 무지무지하게 불안한 밑창을 딛고 있습지요, 까닥 잘못해서 다투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대로 강바닥에 곤두박질하는 겁니다."

"정말 현명한 말이다. 너를 잡아먹으려는 짓 같은 건 절대 않기로 하지. 너 죽고 나 죽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되니까." 사자의 대답이었다.
사자의 이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안심이 된 돼지가 말했다.
"훌륭하십니다. 그래도 혹시 식욕이발동할지 모르니까 그땨마다 방금 한 결심을 자꾸 되새기세요."

그리하여 돼지와 사자는 통나무 위에서 하룻밤을 사이좋게 평화로이 지냈다.
아침이 되자, 사자가 말했다.
"참 이상한 꿈도 다 있다! 꿈에 내가 읍내의 어떤 광장을 찾아갔는데 말이야. 사람들이 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거야, 글쎄. 그래서 여기저기 막 싸돌아다녔지. 그러다가 사람들이 유태교당에 안식일 예배를 위해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 어쩌다가 나도 거기 그냥 끼어들게 됐어. 기도야 어느 나라 말로 하는지 통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쩐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돼지는 속으로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지만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해가 내리쬘수록 사자는 배가 말할 수 없이 고프고 또 고팠지만 돼지 쪽으로는 고개도 안 돌렸다.

다음날 아침에 사자가 말했다.
"이건 정말 이상해. 어젯밤 꿈의 연속이었는데, 장소까지 똑같았어. 근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오래된 성당에서 성 금요일의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는군, 그래서 또 거길 갔지. 라틴어였으니까 당연히 한마디도 몰랐지. 근데도 그냥 마냥 즐겁기만 했어. 허, 그것 참."

돼지는 다시 한번 회심의 미소를 마음속으로 지었지만 역시 이번에도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사자는 입장이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옆 친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았다 안절부절 말이 아니었다.
그날 밤 사자는 잠을 자면서도 계속 으르렁으르렁 고함을 질러댔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사자가 돼지에게 말했다.
"이것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제 그끄제 꿈이 어제 또 이어진 거야. 또 그곳이었는데, 이번에는 교회로 들어갔어. 종파는 확실치 않았지만 예배는 우리나라 말로 보더군, 세 번 중에서 이때가 가장 즐거웠지."

돼지는 이말을 듣자마자 우울해져서 말했다.
"이제 헤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히."
"잠깐!" 사자가 소리쳤다.
"난 약속을 지켰어. 그래서 너한테 하나도 겁으 안 주었는데 왜 이 안전한 통나무를 떠나려고 하지?"

돼지의 대답은 이러했다.
"사실제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종교도 없고 싫어하는 종교도 없다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말입니다. 유태인은 돼지고기를 안 먹고, 천주교 신자들은 금요일엔 고기를 안 먹습니다. 이런 종교들을 버리고 사자님은 언제라도 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다른 종교로 개종을 하신 겁니다. 그러니 이젠 차라리 홍수 쪽이 채우지 못한 식욕보단 낫겟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돼지는 통나무를 떠나 강물로 풍덩 뛰어들었다.
남겨진 사자야 재주껏 허기를 채우라 하고.


교훈 ; 방바닥이 딱딱할수록 꿈은 더 달콤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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