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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구나 외롭구나… 17살의 눈물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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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경력 교사 ‘상담 이야기’
입시 탓 단짝이 자살한 아이
무서운 부모 탓 화 키운 청춘
관심·애정이 고픈 마음 풍경

외로워서 그랬어요
문경보 지음/샨티·1만3000원

이솝 우화 속 양치기 소년은 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그건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산 위에서 긴긴 시간 홀로 보내야 하는 그 외로움. 소년 혼자서 그것을 감당해야 했을까? 그가 돌보던 양들이 소년의 것도 아니었을 텐데. 그리고 마을사람들은 왜 소년의 등을 다독거려주거나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못했을까.

 


22년 동안 중·고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아이들의 멘토 구실을 해온 문경보(45) 대광고 교사의 책 <외로워서 그랬어요>는 양치기 소년을 말동무가 절실한 청소년으로, 마을사람들을 거짓말한 잘못만 추궁하는 부모나 교사로 치환한다. 책은 지은이가 학생들과 만나 이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한 스물아홉편의 이야기를 묶었다.

 

한창 피가 뜨거운 열일곱살 고딩. 몸은 성인급이지만 마음이 여린 아이들은 붕어빵틀 같은 학교에 구겨넣어져 대학입시용 로봇으로 만들어진다. “낸들 어쩌겠니? 3년만 참아”라며 부모는 교사한테 일임하고, 교사는 교육제도에 책임을 떠넘긴다. 외로움, 억울함, 좌절, 분노, 공포, 죄책감 등 온갖 감정이 뒤엉킨 아이들은 툭 건드리면 터진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생생하다. 그래서 읽기가 몹시 괴롭다. 내 아이가 이랬구나 하는 깨침, 아니면 부모로서 내가 이랬구나 하는 후회, 그것도 아니면 나와 내 아이의 관계가 이랬구나 하는 통절함. 스물아홉 편 모두 가슴을 치게 만든다.

 

문 교사가 밤늦게 귀가하는데 술 취한 아이가 앞을 가로막았다. 고3 학생이었다. 자세히 보니 눈물범벅이었다. 어렵게 대학에 합격해 친한 친구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그 친구가 “넌 참 좋겠다”고 답신을 보낸 뒤 자살했더란다. “네 탓이 아니야”라는 말은 위로가 못 됐다. 문 교사는 입시제도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었다. 하지만 싫었다.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날 그는 결심했다. 자기 제자들이 마음껏 소리 지르고 한세상 즐겁게 놀며 살아갈 수 있도록 북 두드리며 소릿길 닦아주는 고수(鼓手)의 길을 가기로.

“힘들었구나, 참 많이 힘들었구나. 외로웠구나, 참 많이 외로웠구나. 무서웠구나, 참 많이 무서웠구나. 억울했구나, 참 많이 억울했구나.” 그가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입시만 문제겠는가. 문 교사는 아이들이 예외없이 화와 죄책감을 쌓아둔 채 삭이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저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해요. 잘못한 게 너무 많아요. 왜 엄마를 집에서 나가게 해요? 지겨웠어요. 아버지에게 매를 맞는 것도, 아버지가 술 먹고 들어온 날 친구 집으로 도망가서 자는 것도 지겨워요. 아버지는요, 아니 그 인간은요,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천만 번도 더 해야 돼요.”

지갑을 훔친 아이는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문 교사는 아이 앞에 빈 의자를 놓고 아버지가 앉아 있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왜 그랬어요? 왜 그랬어요? 왜 그랬냐구요?” 아이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아버지 드시라고 밥을 했는데 왜 밥상을 발로 걷어차요? 난 그때 겨우 5학년이었는데….”

“미안하다. 너 정말 힘들었구나. 미안하다. 아버지가 정말 미안하다.” 문 교사가 아버지를 대신했다.

아이는 문 교사의 다리를 붙잡고 소처럼 울었다. “아버지, 죄송해요, 불편한 다리로 일하면서 절 공부시키느라 늘 힘드셨는데… 아버지, 정말 죄송해요.”

공감의 끝은 대부분 눈물바람이다. 그렇게 쌓인 화를 풀고 나면 아이들은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문 교사는 어려서 힘들게 자랐고, 근무처가 모교인 탓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상담을 한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원인이 외부, 특히 부모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3자가 함께 풀어내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강석이는 앞자리에 앉은 철민이의 등을 볼펜으로 콕콕 찔렀다. 철민이가 짜증나는 표정을 몇 번 짓고 말 일이었다. 하지만 철민이는 뒤로 몸을 돌려 강석이의 머리를 샤프로 찍었다. 난리법석이 잦아든 뒤, 철민은 이유를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해병대 출신이에요. 늘 저한테 사내새끼가 약해빠졌다며 야단을 치세요. 강석이가 저를 괴롭힐 때는 꼭 아버지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요.” 강석이는 왜 그랬을까. “저희 아버지는 공수부대 출신이에요. 전 뚱뚱해서 운동하는 것을 싫어해요. 운동을 잘못하면 아버지가 걷어차고 욕설을 해요. 학교에 오면 저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게 돼요.”

두 ‘막강’ 아버지를 부른 민방위 출신 교사는 말했다. “아이들도 어른처럼 홧병에 걸립니다. 가슴에 쌓이면 폭발하죠. 죄송하지만 철민이와 강석이가 진짜 미워하는 것은 서로가 아니라 자기 아버지들입니다.”

 

읽는 내내 무심한 부모로서 상담실에 불려와 상담을 받은 느낌이다. 다 알고 있으려니 하는 아이들의 상처 입은 모습이 새삼스럽다. 사례의 현장성보다도 사건의 추이를 휘몰아치고, 때로는 휘적휘적 나아가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지은이의 글 솜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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